김정은의 조화(弔花)
<이철영, (재)굿소사이어티
상임이사, 전 경희대 객원교수 >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5주기
조화(弔花)를 개성공단에서 전달하겠다는 뜻을 전해왔을 때 우리 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청와대나 통일부가 제정신이면 개성에까지 가서 조화를 받아 오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그런데 야당 원로의원을 위시해 통일부장관과 국정원장까지 지낸 사람 등 5명씩이나 북으로 몰려가서 조화를 받아왔다.
북한이 진정한 조의를 표하겠다면 조화를 들고 내려오거나 판문점에서 전달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북한이야 본래 국제적 의전이나 예의를 모르는 집단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황공한 마음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이나 달려가도록 내버려 둔 정부 모두 제정신 아니긴 마찬가지 아닌가?
이보다 더 가관인 것은 이 김정은 이름이 선명한 화환을 김대중 묘소에 두지도
않고 유독 붉은 받침까지 깔아놓고 전직 대통령 화환과 나란히 현충원 행사장 정면에 세워둔 것이다. 이야말로
넋 나간 정부가 대한민국 국민의 혼을 흔드는 망동 아닌가?
이런 망동에 대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북한에 맞서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다 산화한 호국영령들이 벌떡 일어나 노여워할 일”이라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는 자는 배달을
위해 방북까지 해 (조화를) 현충원에 게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민연은 한정애 대변인을 통해 “추모는 여와 야, 진보와
보수, 남과 북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기발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새민연이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져 가는 모습의 하나 아닐까?
김정은 조화 인수 및 게시 문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큰 사고다. 이번 사고를 보면서 혹시나 박 대통령의 고단수 정치술수가 아닐까 하는 엉뚱한 기대도 해봤다. 만일 박지원 의원 등의 방북이 무산되었더라면 박 대통령에게 좌파들의 욕설이 빗발쳤을 것이 뻔한데, 개성에서 조화를 받아 들고 황공해 하는 박지원 의원 일행의 모습과 현충원 행사장 정면에 우뚝 서있는 김정은의
이름을 국민들이 보게 함으로써 박지원과 그 일행에게 비난과 욕설이 쏟아지도록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군에서 군기(軍紀)가 빠지면
사고가 나듯, 나라의 국기(國基) 흔들리면 이런
사고가 난다. 이번 김정은 조화 관련 망동이나 세월호 사고 관련해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속된 표현으로 답답한 대통령, 걸레 같은 국회, 쓰레기 같은 언론, 미치갱이 같은 사법부…… 총칭해서 ‘한심한 나라’라는 생각 아닐까!
[ 2014-08-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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