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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9. 29 한국 교육의 향방 [종합토론] 인쇄하기
이름 박명기,김진성,김충남
2010-10-06 11:02:46  |  조회 3316

“21세기 대한민국 교육의 향방” 총괄토론

 

박명기(서울교육대학교 교수)

 

우리나라 교육의 공과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미래의 교육 발전을 지향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오늘의 토론회와 같이 현재의 교육 목표, 내용, 방법상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 우리나라 교육의 향방에 대해 주제 발표를 해 주신 정범모 교수님을 비롯한 여섯 분의 발표자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총괄토론자로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먼저, 정범모 교수님께서 제시하신 21세기 한국교육의 다섯 가지 재지향점은 교육 전문가로서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탁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기본법에 뚜렷이 명시되어 있으나 그간 실증주의적이고 합리주의적인 교육 풍조에 밀려 형해화되어 버린 ‘전인 교육’을 다시 지향해야한다는 주장, 수단화되어 버린 우리 교육에서 교육 자체의 내재적 가치를 되찾아야한다는 주장, 도덕적 책임의 원천이자 민주주의 교육의 핵심인 ‘자율’을 교육의 기본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 과거와 미래의 연결고리로서 역사적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는 주장, 그리고 교육 방법론상으로 모든 아동이 낙오되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력을 체득하도록 ‘완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다만 토론자로서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공동체 의식의 함양에 방점을 찍는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교육은 개인적 입신양명이라는 사적 욕망을 충족시키는데서 한 발 나아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능력, 즉 공동체적 능력과 소양을 함양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가 편협한 이기주의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정신을 키우는 교육을 의식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교과와 연계한 협력학습, 놀이 및 공동 작업을 통한 노작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으며, 비 교과영역에서는 학급자치활동 및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 시켜야 합니다.

 

예절교육, 교통질서, 환경교육, 봉사활동교육 등은 현장 체험위주로 전개해야 합니다. 학교 차원에서는 인성 교육의 목표를 주간이나 월간으로 꾸준히 실행하도록 학년별, 학급별, 개인별 실천과제를 제시하고 결과를 공유해야 하며, 동아리 발표회, 체육대회, 체험여행 등은 공동체성을 함양하고 상호 소통과 이해를 넓혀나가는 기회로 장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세계화 추세에 발맞추어 다민족간의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이나 남의 문화, 가치관, 생활관을 이해하고 다른 이념의 세계를 포용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성호 교수께서는 국가주도형 학교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단위학교 중심의 자율성을 제고하고, 학교 교육내용의 선택권을 확대하며, 학교설치를 자율화함으로써 학교교육이 국가 중심의 획일성과 경직성을 탈피하여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다만, 학교교육의 다양화를 명분으로 내건 학교 설립의 자율화가 필연적으로 초래할 학교 서열화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좀 더 정교하게 마련되지 않으며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교 평준화 제도가 학력 저하를 야기한다는 비판 속에서 사립외고가 하나 둘 설립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고교 서열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사립외고가 속속 설립되어 이미 설립되어 있던 공립과학고와 함께 우수한 중학생들을 선점하기 시작하면서 고교 서열화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당연히 대학 진학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는 과학고나 외고를 보내기 위해 사교육 시장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학력을 저하시킨다는 근거 없는 비판에 더하여 다양한 교육 수요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까지 더하여 평준화 제체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30년간 진행된 고교 체제의 점진적 변화는 고교 교육의 다양화가 아니라 서열화였습니다. 교육의 다양화라는 미명 아래 특목고-특성화고-자율고-일반계고로 서열화한 것입니다. 원래 의미의 고교 다양화는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에 따른 다양한 고교를 설립하여 이루어지는 학습의 다양화이지만, 지금의 고교 다양화는 다수 일반계 고등학교의 희생을 전제로 서열화한 것이기 때문에 상위권 고교 진학을 위한 사교육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교육 문제를 완화하고 공교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적성을 살릴 수 있는 학습의 다양화를 가져올 수 있는 특성화된 학교의 설립과 운영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 과학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 응용과학이나 기술개발, 기능습득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 예체능에 소질과 적성을 가진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는 학교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이들 특성화 학교는 선발 과정에서부터 선발 기준이 달라 상호 비교 서열화가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가령, 중학교 졸업하는 학생들 중에서 자연과학계 고등학교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수학이나 과학에 소질이 있는가를 주로 평가하고, 다른 과목들은 최저 학력 수준만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공학․기술계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발명 실적이나 기계기술에 대한 기초적 소질과 적성을 주로 평가하고 나머지 과목의 성적은 최저 학력 기준만 요구합니다. 인문학계 고등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주로 국어, 영어, 한문, 기타 외국어 점수를 기준으로 선발하되 나머지 과목의 성적은 최저 학력만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각 계열의 고등학교는 서로 비교가 되지 않으며 서열화할 수가 없게 됩니다.

 

강소연 박사님께서 조기 유학생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국내에서 세계 시민으로서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타당한 지적입니다. 사교육 문제뿐만 아니라 조기 유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공교육 정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무조건적인 과도한 조기 유학 열풍이 문제일 뿐 일정 수준의 조기 유학은 세계화에 대처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영 교수님께서는 학교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과 경쟁의 원칙 및 자율과 책무성의 원칙을 도입하고 교육기회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셨는데, 기본적으로 찬성합니다. 다만, 제시한 방안들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육 정책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들인데, 현 정부의 교육 정책들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입니다.

 

현 정부의 교육 정책들이 기대한 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학교의 목적이 기업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거둔다는 기업의 경제 효율성 논리를 학교 체제에 과도하게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기업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합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거둘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가리지 않습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결과지상주의가 판치는 세계입니다. 원하는 결과(이윤)를 얻을 수만 있다면 제품과 업종도 과감하게 바꿀 수 있고, 구조조정도 단행할 수 있는 게 기업입니다. 공교육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라 공공서비스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렇게 조직 목적이 근본적으로 다른 학교 조직에다 기업 조직의 논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무리가 따fms다고 생각합니다.

 

박효종 교수님께서 인성교육복원을 위해 국・영・수 중심의 미래형 교육과정을 재개편하고, 학교를 다양화하며,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토론자로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교원평가’ 및 ‘전교조교사’ 문제가 인성교육과 얼마만큼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확신하기 힘들고, 학생의 인성과 인권이 상치관계에 있는 것처럼 논지를 펴신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듭니다.

 

자율적인 기능이 상실된 학교에서는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인 관행이 쉽게 인정되기 쉽고, 공동체적인 가치와 상식은 힘의 논리에 의해 쉽게 왜곡됩니다. 학생들의 정당한 의견이 선생님과 학교에 의해 번번이 묵살되는 속에서 학생들이 민주적인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없습니다. 억압적인 학교와 선생님들의 모습을 아이들은 배웁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친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학교와 사회로부터 배운 것입니다. 이제 학교와 교사들은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학생 자율 활동을 보장하고 권장해야 합니다. 교육은 학생의 삶과 결합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윤평중 교수께서는 섬머힐 학교의 운영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면서 학교가 민주시민교육, 특히 포퓰리즘에서 자유로운 민주주의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그 주장에 공감합니다. 민주적 소양과 자율성은 다양한 공동체 활동 경험에서 배양된다는 점과 학생들이 주체적인 활동 목표를 정하여 스스로 민주이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학생 자율 활동이야말로 다양한 공동체 경험의 요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저의 부족한 토론을 마칩니다.

 

 

21세기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 종합 토론토론

 

김진성/교육선진화운동 상임대표

 

1. 전환기에 선 한국교육의 방향(정범모)

 

. 정범모 교수는 21세기 한국교육이 나아갈 방향으로 전인교육, 내재적 가치의 추구, 자율성, 역사적 현재의식, 완전 교육을 5가지를 주문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교육엔 입시문제, 평준화문제, 공교육 불신, 사교육비 비대, 지역・계층 간의 교육성취의 격차문제 등 그동안 산적해 온 교육 현안 문제의 해결에도 그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첫째, 전인교육 즉 지・정・의・체 교육으로 21세기의 세계적 기운에 부응하려면 한국교육은 만난을 극복하고 이를 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내재적 가치의 추구다. 모든 공부가 내일을 위한 수단이라 하더라도 동시에 그 공부에 어떤 내재적인 보람・흥취・심취를 느낄 수 있게 유도되어야 한다 PISA의교육성취도 국제비교연구에서, 한국의 중학생의 수학・과학 성취도가 40개 나라중에서 1, 2, 3위를 차지하나 그 공부에 대한 “흥미”의 정도에서는 꼴찌인 38, 39위다.

 

셋째, 자율성이다. 교과부의 팽대한 권한을 점차로 대학・학교・교사의 자율로 위임해야 하고, 대학・학교・교사는 책임있는 자율 행사의 자질을 길러야 하며, 학생들 자신도 책임있는 자율의 이해와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역사적 현재의식이다. 어제의 뜻을 성찰하고 내일의 뜻을 통찰하면서 그 뜻을 지금에 살리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섯째, 완전 교육이다. 모두가 학교에서 배우는 개학(皆學)에서 모두가 잘 배우는 완학(完學)을 제시하였다.

 

정범모 교수는 내일의 교육이 강력한 교육력에 의해서 개학에서 나아가 완학으로 전진해가기를 기대해본다면서 강력한 교육력의 신념은 결국 교육자의 인간애와 국가애 그리고 교육애의 심도가 결정한다고 결론짓는다.

 

불완전한 학습 성과의 원인을 대개는 저능력 학생들의 유전이나 가정환경이나 게으름의 탓으로 돌린다. 학생들의 능력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완학에 미치지 못하는 “약한” 교육력, 철저하지 못한 교육방법이 있다고 한 점에 윌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교육자를 교육개혁의 주체가 아닌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이를 끌고가기에는 너무 난관이 많아 보인다. 학교 선생님뿐만 아니라 정치권, 경제계, 학부모, 정부, 언론 모두가 지금 내가 21세기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함께 숙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2. 교육과 민주주의 상관관계(윤평중)

 

윤평중 교수의 논문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가 어느 꿈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분을 느꼈다. 한국 교육은 세계 각국의 우수한 교육학자들이 제시한 교육이론을 검증해보는 교육 실험장 구실을 해왔다. 우리는 그렇게 한가한 나라에 살고 있지 않다. 교육은 흐르는 강물과 같은 것이다. 한번 흐른 강물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제 시기에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그 기회가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이지 어떤 도달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에게 자유를 준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교육이 과연 민주주의를 가르치는데 제 역할을 했을까? 정치교육이나 민주시민교육이 결여된 채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나라는 혼란과 갈등으로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소위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약속하면서 민주주의 들먹이고 있다. 권리와 의무가 조화를 이루는 민주시민 교육이이어야 한다. 구체적 방안 없이 구호로 제시된 교육목표 앞에서 민주시민 의식이 흐려질 수 있다. 각론이 필요하다.

 

첫째, 학교에서부터 민주적인 회의 진행 방법을 철저히 지도해야 한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기의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여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둘째, 학습지도 방법과 평가 방법을 강의 위주의 주입식 방식에서 토론 참여 학습으로 전환하고, 가치 수용 학습을 가치 탐구 학습으로 전환하여, 단순한 지식 암기 위주에서 도덕적 사고력과 실천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셋째, 학생 자치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먼저 학생 자치활동에 대한 바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선거를 통해서 학생회장을 선출하고 학생회를 조직하여 자율적으로 활동하게 하는 것은 학교 교육과정의 하나로 민주주의 방식을 교육시키는 방법의 하나일 뿐 학생회는 학생(어린이)들의 집단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기구가 아니다.

 

넷째, 건전 단체활동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체육․음악․미술 등의 클럽활동을 활성화하고 생활지도 방향은 단속․금지․억제 위주에서 벗어나 건전 놀이 문화를 적극 보급하여 학생들이 모여 그들의 재능과 특기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장소와 기회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특히 학생들이 각종 청소년 단체에 적극 가입하고 참여토록 하고, 학교 교육에서는 국토 순례, 극기심성 수련, 생활관 교육을 적극 추진하여 단체활동을 통해 호연지기와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어야 한다. 놀이는 휴식이 아니라 그 자체가 중요한 교육이다. 학생들은 단체 수련과 놀이를 통해 너와 나를 알고 우리를 알게 된다. 질서와 규율을 익히고 협동과 단결의 필요성을 알고 부모와 스승에 대한 고마움과 우정을 느끼게 되면 여기서 향토애와 애국심이 싹트게 된다. 이러한 것은 일찍이 신라의 화랑제도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풍과 수학여행도 이러한 교육적 목적이 달성되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3. 국가주도형 학교교육의 문제점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모색(이성호).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통제와 간섭은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위 학교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문제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학교 자율권에 대한 해석이 다를 수 있다. 학교자율을 학교장은 학교장 책임경영제로 인식하는데 반헤 일부 교사들은 단위 학교 교사들에 위임된 것으로 인식하여 학교운영에서 교무회의 의결기구화 내지 학교장 선출제를 들고 나오기도 하고 학교운영위원회를 의결기구로 하자는 주장과 함께 교사로 구성된 학교인사위원회를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학교공동체 구성원 간의 인식의 차이로 학교 자율권 행사는 큰 혼선을 일으키고 있다.

 

.6.2 지방선거 결과 당선된 일부 교육감은 중앙 정부와의 갈등으로 단위 학교가 혼란에 빠져있다. 그러나 학교교육에 대한 국가의 간섭과 개입을 무조건 배제하거나 축소하는 것만이 타당성을 지닌 것이라 할 수 없다. 학교가 중심이 되어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로서 교육활동의 주체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교육공동체간의 갈등 조정 역할자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성호 교수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교수 및 학습관리, 교원채용, 그리고 수업지도 등 학교교육활동 전반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무리다. 정부가 학교장 책임경영제라고 선언을 해도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학교장이 사사건건 전교조 등 외부의 눈치를 살피며 학교운영에 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실효성이 의문이다.

 

학교 자율권의 핵심은 학교장의 책임경영제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학교장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권한이 없으면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학교장에게 인사권을 부여하고, 학교 예산 총괄제를 도입해야 한다. 학교자율권을 학교장의 독선 독주를 막는 교사의 자율권으로 이해하고 이를 위해 학교 교사들에 의한 학교장 선출제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 오늘의 학교교육은 교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다. 교장과 교사의 책무성과 연결되지 않는 자율권은 학교현장에 집단이기주의와 편의주의만 낳고 결국 학교교육의 황폐화 내지 학교붕괴를 불러올 뿐이다.

 

학교에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권한을 준다고 해도 현 입시 위주의 교육체제 아래서는 큰 의미가 없다. 학교자율권은 결국 입시위주 교과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학교의 특성이나 학교장의 의지나 철학은 매몰되기 마련이다. 개정된 미래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시간의 20%까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영어, 수학 등 특정과목의 편중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요구는 당장 입시 관련 교과를 늘려달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입시와 관련이 먼 교과는 배제될 수밖에 없다.

 

2010년부터 시도 교육위원회가 시도의회에 병합되고, 교육감과 교육의원 직선제가 도입되었다. 그러나 각 정당은 교육정책을 국민 앞에 내놓고 어떻게 하겠다고 공약을 하지만 교육정책을 구현하는 방법을 제도적으로 막혀있다. 자기당 소속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내지 못하기 때문에 정당은 사실상 교육정책에 관한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당이 교육정책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교육감과 시도지사는 다같이 주민직선이라고 하지만 역할과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관계가 아니라 보완관계에 있다. 따라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감은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고주의가 아닌 정책선거가 가능하고, 선거비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후보 난립 방지, 노조나 교직단체 주도 선거의 폐해를 막을 수 있으며, 능력 있는 교육계 인사들의 진출이 가능해진다고 할 것이다.

 

교육자치법은 4년후 교육의원 선거를 하지 않고 일반 시도의원으로 하였다. 교육감을 직선하면서 교육의원 제도를 없앤 것은 교육자치의 기본 정신에 어긋난다. 교육의원은 직능대표의 성격을 지닌 것으로 교육의원 제도를 부활하되 비례대표제로 선출해야 한다. 각 정당이 유능한 교육계 인사를 경쟁적으로 추천케 하면 돈 안 드는 선거에 지역구 직선으로 인한 교육계 내 대립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으며, 지연‧ 학연이 배제되고 정책선거가 가능하다. 비례대표제는 여야 간에 유불리가 없는 윈윈전략이며, 모든 정당이 참여하는 상생수단이 된다. 지역구 선거와 달라 특정 정당이 의석을 독점하지 못해 고루 진출하기 때문에 교육문제의 초당적 해결이 가능하다.

 

4. 인성교육, 이대로 좋은가 (박효종)

 

박효종 교수의 인성교육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에 기본적으로 동감한다. 잠자는 교실, 교권부재의 교실, 욕설이 일상화된 교실, 폭력이 난무하는 교실 앞에서 교사들은 어찌 할 바를 모른다. 일부 교육감들은 교육처방이 아닌 정치적 포퓰리즘 처방을 내리고 있고 이에 전교조가 가세하고 있다. 교실의 선생님의 위치는 점점 작아지고 있다.

 

국․영․수 위주로 편중된 미래형 교육과정은 수정되어야하고 수능과목 선정에 관한 기준도 재고되어야하며 도덕과목은 지금보다 더욱 강화된 형태로 학생들에게 개설되어야 한다고 주장에 대해 대안을 제시한다.

 

대학 입시제도는 현행 수학능력 시험(수능)을 없애고, 이를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로 대치한다. 고교 2학년과 3학년에서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여 이것으로 수능을 대치하고, 내신은 도구교과가 아닌 도덕, 음악, 미술, 체육, 특기, 적성, 봉사, 리더십, 단체활동 등 인성적 자료를 토대로 작성하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현저히 줄이면서 인성 관련 교과를 살려낼 수 있다.

 

학업성취도평가를 교원평가의 주요 요소로 자리매김하면 교사들의 경쟁이 살아나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이 점차 흡수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이 인성교육 우수고교를 등급화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선발원칙에 반영하게 하면 학교 나름대로 인성교육이 살아나고 좋은 사례들이 이웃에 확산될 수도 있다. 국영수 중심의 현행 내신 제도는 다른 학교와의 경쟁이 아닌 자기 학교 내 학생간의 경쟁만 가중시킬 뿐이어서 교우간의 협동심, 봉사정신, 우정, 공동체 정신을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극단적 이기심을 키우고 자라나는 어린 세대에게 상처만 주기 때문에 학교 교과성적 내신제 대신에 인성교육 내신제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박효종 교수는 교사는 권위주의를 버리되 권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위주의는 권위를 ‘완벽한 것’ 또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할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권위를 분별력 없이 사용한다면, 권위주의가 되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소통이나 의견조율 없이 권위에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태도, 바로 그것이 권위주의의 전형적 태도라고 지적하고 권위의 특징은 물론 ‘명령’보다 ‘권고’에 있다고 하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남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체감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인성교육이나 도덕교육이 이론과 지식 중심으로 학습되고 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의 도덕 교육은 교과서를 통해서 가르치거나 구호나 표어를 통해서 언어로 반복되고 강조되었지 실제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체험을 통한 습관화 교육은 아니다.

 

어릴 때부터 건전한 가치관과 바른 생활습관을 갖도록 지도해야 한다. 인사하는 방법, 식사 예절, 웃어른을 공경하는 태도, 고운 말 바른 말 쓰기 등을 지도하고 교통질서, 행락질서, 관람질서 지키는 것을 습관화시켜야 한다. 근검절약을 생활화하고,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것, 차례를 지켜야 한다는 것, 염치를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남에게 쓸데없이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어릴 때부터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생활 태도를 익히고, 합리적 의사 결정 능력을 배양하고 민주적 방식과 과정을 중시하며, 공정성을 전제로 한 경쟁은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주어야 한다.

 

도덕, 인성을 바탕으로 한 민주시민 교육에서는 제도 이념보다 생활 실천 양식을 중점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근로 활동과 노사 교육을 통하여 근로정신을 고취하고 직업윤리를 확립하며, 노사간의 문제점은 민주적인 방법과 절차에 따라 해결해야 하는 것임을 지도해야 한다. 국토순례를 비롯한 도농간 문화교류, 농어촌 체험학습, 전적지 순례 각종 봉사활동 등을 통해 인성교육을 실제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통일문제와 장차 국제시민으로 살아갈 글로벌 에티켓을 익히는 교육도 필요하다.

 

5. 우리의 학교교육, 얼마나 효율적인가(이영)

 

이영 교수의 주장은 대략 이렇게 이해하였다. 교육이 국가 경쟁력과 국민 희망의 원천이 되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교육기회 형평성이 보장되고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이 양성될 수 있는 교육체제를 정립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자율과 책무’와 ‘선택과 경쟁’이 필요하다. 선택과 경쟁의 원칙에 따라 전체 학교의 1/5 정도만을 학교선택권(학생선발권)을 가진 학교로 전환시키고 기숙형고,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등 다양한 고교를 육성해야 한다.

 

초중등교육에 있어서 학교의 자율성을 위해 교장의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높이고, 교원의 성과 유인과 책무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영 교수는 (1)선택과 집중, (2) 자율과 책무성,,(3) 초중등교육에 있어서 교육기회 형평성 제고, (4) 고등교육에 있어서 기회형평성 보장 (5) 사교육비 절감 (6) 적정 학교 규모를 통한 효율성 제고 (7) 대학의 질보장체제와 구조조정 촉진을 내세우고 있다. 수석교사제와 안식년 제도, 교원능력개발평가, 중학교 의무교육,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지역아동센터 활성화,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방과 후 학교, EBS 수능강의 등 대체서비스를 강화, 소규모 학교 통합, 대학의 구조조종 등을 제시하고 있는 바 이는 현재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기조와 맥을 같이 한다.

 

여기서 대학의 구조조정은 보다 적극적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 진학 희망자보다 대학 정원이 구조적으로 많은 상황에서 경쟁을 통한 구조조정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가 인수하여 평생교육기관 내지 기업체 연수기관으로 활용토록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 마이스터 고교 50개라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가 과연 자율화, 다양화, 수요자 선택원칙에 적합한지 의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학교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한 후 시행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평준화를 해제한 후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를 내놓는 것이 순서라고 하겠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교 평준화 제도를 해제하여 학교선택권을 보장한 후 현재의 전문계 학교를 특성화 학교를 전환하는 것이 공교육을 살릴 수 있다고 본다. 학교 평준화 정책은 리모델링 대상이 아니라 재개발 대상이다 지난 36년간 40명이 넘는 교육부장관이 평준화 정책을 수정 보완하였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평준화 보완대책으로 제시한 자사고, 특목고, 수준별 수업은 겉돌고 있다.

 

이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평준화는 리모델링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자사고, 특목고 등이 결코 보완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을 상대로 설득해야 한다. 평준화 정책 최대의 피해자는 일반 서민 계층으로 “아버지의 재력과 어머니의 정보력에 의존하여 자식의 운명을 결정하는 제도”가 평준화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평준화를 해제한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각 시ㆍ도간에 칸막이를 하고 각 시ㆍ도 내에서도 몇 개의 칸막이를 하여 그 지역 내에서 자유경쟁을 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초 지방자치단체 별로 경쟁해서 우수교를 유치하거나 육성할 것이다.

 

일부 사립학교만 자립형으로 지정 육성하고, 공립학교는 평준화로 묶어두자는 것은 우리나라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립고교가 44%에 이르고 서울은 68%나 된다. 게다가 지역적으로 편증되어 있고 교사의 질이나 시설 여건이 공립보다 떨어지는 편이다. 온실 속의 사립학교를 온실 밖으로 내다놓으면 모두가 자립형 사립고가 되는 것인데 특정학교를 지정하는 것부터가 자율과 책무성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다.

 

6. 엑소더스도 디아스포라도 아닌 글로벌시대의 시민으로(강소연)

 

강소연 박사의 조기유학에 대한 문제의식과 처방에 대해서 동감이다. 조기유학은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더 크다고 본다. 학습자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아닌 부모들의 결정에 의해 어린 아이들이 이국에서 생활하게 한다는 것은 아이들을 위해서 불행한 일이다. 국제화 시대에 국제적 적응능력과 학벌을 통한 입신양명보다 가정 및 국가 차원의 경제적 비용 문제, 가족 간의 이산과 가정파괴, 아이들의 정체성 혼돈, 현지에서의 부적응 문제 등으로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학부모들이 조기유학을 보내는 주요한 이유는 외국어(영어) 습득과 특기를 키우기 위해가 36.4%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학교교육에 만족할 수 없어서(35.5%), 과다한 사교육비(34.0%)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는 학교공부, 입시, 취업 및 직장,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영어 능력은 사회에서의 성취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은 어렸을 때 조기유학이라도 가서 영어에서 다른 아이들 보다 우위를 차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조기유학의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영어에 대한 지나친 과신이다. 조기유학을 갈 수 없는 학부모들은 조기유학을 가는 학생들의 영어 실력 보다 자기 자녀의 실력이 뒤떨어지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다(63.1%). 조기 유학을 통해 긍정적 효과나 부정적 효과가 나타나던지 간에 조기유학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의 경우 자녀의 미래를 위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한다는 위화감 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인의 자녀의 조기유학에 대해서는 1/3이 보내고 싶다고 응답하면서도 조기유학 전반에 대한 인식은 비판적인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55.1%의 학부모들이 조기유학이 신중하지 못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응답하였고 55.7%의 학부모들이 조기 유학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여주었다.

 

조기유학은 언어정체성 상실, 막대한 비용, 가족 간의 유대관계의 혼란, 다른 환경으로 인한 학습저하 및 의욕상실을 가져왔고 영어를 더 배운 만큼 국어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하였다. 조기 유학생의 증가가 반드시 국가간 이해의 증진이나 세계화된 시민의식의 성장과 연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정부의 세계화 전략은 세계 시민 교육을 통해 세계화에 적합한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의지 없이 세계화 교육을 언어교육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강소연 박사는 우리는 보장도 되지 않는 좋은 대학과 영어실력을 위해 아이들의 소중한 것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것인지, 유학이라는 명목으로 부모로서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있는 반성이 필요한 때라고 하면서 아이의 정체성을 형성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외국으로 유학으로 너무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부는 학부모들에게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해 신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겠지만 정부의 교육정책을 불신해온 학부모들을 설득시킨다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초중고교와 대학을 다니면서 무수히 많은 것을 배웠지만 자녀교육에 대해 기본적인 학습을 받은 바 없다. 성장하여 성인이 되고 결혼하여 자녀를 낳고 바쁘게 살아간다. 자녀 양육에 대한 기본적 지식과 정보가 없는 학부모들은 사교육시장의 정보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런 틈새를 이용하여 사교육시장이 조기유학 붐을 조성했다고 본다. 연간 10조가 넘는 유학비용에 당황한 정부가 국내에서 영어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불을 질렀고 이를 보도하는 언론도 문제가 많았다고 본다.

 

전 국민을 영어 잘 하는 국민으로 만들겠다는 정책도 재고해야 한다. 전 국민의 영어 실력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것도 아니며, 그렇게 한다고 사교육을 잠재울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영어를 하는 필리핀과 인도는 왜 후진국이고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부진한 일본이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선진국이 되었는지가 해답이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강화한다고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일이 아니다. 경쟁 원리의 본성으로 보아 모든 사람을 똑같이 일정수준으로 올려놓는 것은 문제 해결의 종점이 아니라 또 다른 경쟁의 출발점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는 외국어 교육보다 모국어 교육에 충실해야 한다. 국어 실력이 떨어지는 아이에게 외국어 실력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외국어 교육보다 국제이해교육이다.

 

7. 21세기 대한민국 교육의 방향과 현안 과제(종합)

 

학교현장의 목소리가 교육정책이라는 메아리가 되어 돌아올 때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튤립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사막에 심어 성공할 수는 없다. 사막에는 선인장이 제격이다. 그래도 튤립을 꼭 심어야한다면 먼저 토양을 바꾸고 물을 대주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이에 걸맞는 대표적 사례가 학생인권조례, 체벌문제이다. 현장의 토양과 정서를 무시하고 소통마저 두절된 채 일방적 독주를 강행한다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그간 역대 우리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본질보다 정치적 논리에 치우친 감이 있었다. 일관성, 지속성보다는 일과성과 저돌성으로 안정을 잃었다. 교육이 이벤트 성격을 띠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교육이 집단적 이기주의와 국가독점주의 그리고 평등주의에 발목이 잡혔다. 교육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집단적 이기주의, 국가독점주의, 평등주의가 바로 교육선진화의 장애요인이며 이를 걷어내는 것이 바로 21세기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집단이기주의가 교육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먼저 교육선진화를 위한 교육개혁에 성공하려면 세 가지 집단이기주의 장벽을 넘어야 한다. 교과이기주의, 교직이기주의, 사교육이기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교과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수학능력시험의 조정과 교육과정 개편문제 그리고 학생의 수업부담 경감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교직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학력평가의 정례화나 교원평가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사교육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사교육 경감과 같은 교육개혁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 사교육 단체가 막강한 정치세력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사교육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이 사교육시장의 인질이 되어있는 상황에서는 사교육 문제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들 세 가지 이기주의는 근사한 가면을 쓰고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공교육의 약점을 노려 역공을 가해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면서 민심을 자기편으로 끌어드린다. 교과이기주의는 아는 것이 힘이라는 명분과 국가경쟁력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교직이기주의는 전인교육과 인성교육이라는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사교육이기주의는 수요자중심 교육 또는 공교육 황폐화의 대안이라는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지금 많은 한국의 교사들은 착각 속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학교란 입시 위주의 교육을 해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첫 번째 착각이고, 입시위주의 교육을 안 하면 저절로 인성교육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두 번째 착각이며, 규제를 안 하고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아이들에게 맡기면 자율성이 신장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세 번째 착각이다. 이러한 착각 속에 교실이 무너지고 교무실이 무너졌다. 결국 교육의 중심축이 학교에서 학원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입시교육과 생활지도에 철저한 교사들은 동료교사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교사들의 이러한 사고의 내면에는 안일을 추구하는 편의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 앞장선 것이 바로 전교조라 할 수 있다. 비전교조 교사들도 전교조의 이념적 편향성을 비판하면서도 전교조가 이룩해놓은 편의주의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동조한다.

 

새 정부는 집단적 이기주의를 청산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교원평가, 학력평가, 학교정보 공개제도, 학부모회 조직화 등이 교직사회의 집단이기주의를 제어하는 기제로서 논의되고 있다. 정기적인 교원평가를 실시하여 자질이 안 되는 교원은 교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우수 교원에게는 상여금,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주어 교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학력평가)를 초중고교 전 학년에 실시하고 학교 간, 학급 간 비교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기준으로 교사에게 책임을 묻고, 종국에는 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교정보 공개 내용 중에 개별 교사의 교직단체 가입 여부와 활동상황이 공개되어야 한다. 교육공급자인 교사는 공인이며 교육수요자인 학부모는 이를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학부모가 교육주권을 찾게 하는 일도 시급하다. 초중고교의 학교운영위원회에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여 학교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

 

교육 현장을 지키기 위하여 정부는 법을 엄격히 집행하여 교직의 기강을 바로 잡고 한국교총과 교원노조가 각기 다른 법률에 근거하여 시행하고 있는 비효율적인 현행 단체협약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사용자측은 다원화하고 피고용자측은 단일화 하는 <교원의 단체교섭에 관한 법률>(가칭)을 제정하여 사용자 교섭 창구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물론 지식경제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으로 다원화하고, 한국교총과 교원노조로 이원화되어 있는 피고용자 교섭 창구는 단일화다.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은 평교사에 국한하여 부장교사가 제외되도록 하고, 교원노조의 단체행동권을 금하고 있는 실정법의 취지에 따라서 교원노조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같은 상급 노동조합 연합체에 가입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

 

새 정부는 우리사회의 학벌구조와 함께 우리 교육체제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 한국교육의 본질적 문제는 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다. 우리 사회는 학연 중심의 간판 사회다. 세칭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사회현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바꾸든지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 한 사회가 정상적인 구조를 갖고 하나의 조화를 이루려면 국민들의 학력(學歷) 분포가 고루 퍼져 있어야 한다. 누구나 대학과 대학원을 나오게 되면 그 사회는 오히려 균형이 깨지게 된다. 간판사회의 병폐를 고치고 학력(學歷)보다 능력, 졸업장보다 자격증을 중시하는 사회 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체제는 한 마디로 말하면『전 국민의 영재화 교육』이다. 지금의 세계는 소수의 영재가 다수의 국민을 부양하는 시대다. 이제『소수의 수월성 교육과 다수의 시민교육』체제로 바꾸어야 한다. 영재는 키워서 국가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많은 국민들에게는 공동체, 협동체로서의 시민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것이 미국 등 선진국 모델이다.

 

대학은 특별한 사람만 가는 곳이어서는 안 되지만 아무나 가는 곳이 되어서도 안 된다. 세계에서 가장 대학 진학률이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화이트칼라는 구직난, 블루칼라는 구인난이다. 외국 노동자를 데려오지 않으면 국가 동력이 멈춰 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대학 진학을 위한 편법으로 전문계 고교에 진학하고, 기능 인력의 고학력화로 최초 취업 연령이 3, 4세 늦어지는 것도 모두 문제다.

대학 개혁은 세계적인 대학을 육성하는 길이다. 대학의 정원을 조정하고, 백화점 식이 아닌 특성화 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공계 대학의 문제는 국가 생존의 문제임으로 국가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는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교육은 결국 교사가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사의 본바탕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편이나 학생에 대한 열정이 식고, 사명감과 책임감이 바닥인 것이 문제다. 한국교육의 원동력이었던 교사를 이렇게 만든 것은 교육의 국가독점주의와 평등주의 그리고 교사를 노동자로 보는 정책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오늘의 공교육 붕괴는 제도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내용을 교육 정책으로 정하고 이를 학교에 시달해도 교사들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학교 교육은 가정과 지역사회의 연계 협력 하에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가정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가정의 교육적 기능이 복원되어야 한다. 학교는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복원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학교를 살려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려면 단위 학교 학교장에게 자율권을 주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철저히 묻는 방법이 최선이다. 학교장에게 인사권을 주고, 학교 예산 총괄제를 도입한다. 매년 국가 수준의 학력 평가를 실시하고, 교원평가와 연계하여 자질이 안 되는 교원은 교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우수 교원에게는 상여금, 가산점 등 인센티브를 준다. 교사간의 경쟁, 학교간의 경쟁을 살려내면 공교육은 살아난다. 교사 자격증을 10년마다 갱신하도록 하고, 수습 교사제를 도입하여 2년간 교육 훈련을 받은 후 정식 교사로 임용한다. 그 대신 교육시설 여건을 파격적으로 개선하고, 교장 임기제를 폐지하고, 교원 정년은 환원시키며, 교원을 우대하고, 수석교사제 등을 도입하여 교단 교사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하여 교직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국민의식 차원에서 본 한국교육

김충남 (세종연구소)

 

캐나다에서는 학교를 ‘국민훈련 센터’라고 할 만큼 학교교육이 국가공동체와 지역공동체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 육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점에서 한국교육이 당면하고 있는 도전과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외형적으로 보면 우리 국민의 애국심은 어느 나라보다 높은 것 같다. 월드컵 경기 당시 수백만이 거리에서 밤을 새우며 응원하고, 독도문제가 표면화되면 온 국민이 흥분한다. 경술국치 100년 특집방송을 보면 모든 방송이 우리 역사에 대한 반성은 없고 일본에 대한 규탄뿐이다. 자기반성이 없고 책임전가만 한다면 발전이 없다.

 

우리 교육이 국민을 국가공동체의 성숙하고 책임 있는 일원으로 육성하는냐, 다시 말하면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관, 그리고 바람직한 사회적 가치관을 가지도록 하는데 성공하고 있는가를 여론조사에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살펴보기로 한다. 2007년 워싱턴 소재 퓨(Pew) 리서치 센터가 47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가만족도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은 꼴찌에서 3번째를 차지하여 오랫동안 전쟁과 혼란으로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는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뒤를 이었고, 한국보다 훨씬 열악한 불가리아,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사회통합위원회가 금년 초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 의하면, 국회와 정당은 3%, 정부는 20%, 법원은 17%의 신뢰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질문에 72%가 긍정하고 있듯이 법질서 수준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사회적 신뢰 또한 매우 낮아서 ‘낮선 사람을 믿는다’는 비율은 13%에 불과하여 OECD 평균 37%의 3분의 1데 불과할 뿐 아니라 북유럽 국가들의 70% 수준에 비해 턱없이 낮다. 서울대가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부의 천안함 조사발표를 신뢰하는 사람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몇몇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라는 질문에 70% 정도가 불공정하다고 했다. 객관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한국 사회가 이처럼 문제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역사관과 국가관은 어떤가?

 

한 전직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국은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이고 한국 현대사는 분단, 독재, 부패로 얼룩진 부끄러운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는 한국의 발전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실패한 역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건국 대통령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6.25전쟁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 모르는 젊은이들이 20%를 웃돌고 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안보에 위협적인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를 질문한 결과 북한이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과 우방인 일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더 많았다.

 

청소년개발원이 한ㆍ중ㆍ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앞장서 싸우겠다”는 반응은 한국 청소년은 10%에 불과하여 일본 청소년의 44%에 비해 훨씬 낮았고 중국에 비해서도 낮았다. 한국의 안보상황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학신문이 17개국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다시 태어나도 자기나라를 택하겠다’는 비율이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 등이 80%에 육박했지만 한국 대학생은 51%에 불과했다.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조사에서 ‘기회가 주어지면 이민 갈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동의한 사람이 46%에 이르렀고, 20대 여성은 무려 71%에 달했다.

 

한 마디로 말해 국가공동체에 대해 불신과 불만이 높고, 국가에 대한 애착심이나 충성심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국가와 사회적으로 보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교육이 질적으로 팽창했지만 내용면에서는 문제가 많다고 본다. 입시를 위한 교육, 출세를 위한 교육이 되었으며, 학교는 학원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하고 말았다. 고등학교에서 사회과 교육을 비롯한 인성교육이 외면당하고 있고, 한국역사 과목이 선택과목이 되어 10% 정도의 학생만이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나만 잘 살면 되고 우리만 잘 되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하게 되었다.

 

미국 고등학교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성숙한 시민’을 육성하는 것인데 우리는 그러한 점에서 낙제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클린턴 정부 8년 간 한명의 교육장관이 있었지만,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10년 간 12명의 교육장관이 있었으며, 그 이전에도 교육장관은 빈번히 교체되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교육에 대한 철학이나 비전이 있을 리 만무했고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도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과연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정치적 난맥상을 보고 정치인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그들을 선출한 것은 국민이다. 국민수준이 정치의 수준을 결정한다. 국민이 판별력이 없는 한 항상 비슷한 수준의 정치인을 뽑기 마련이다. 지금은 경제전쟁시대라고 하는데 경제윤리와 경제질서는 후진적 요소가 적지 않다. 사회갈등과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도 심각하다. 그래서 우리는 국민의식을 탓하고 젊은 세대를 비난한다. 과연 그들의 책임인가? 그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역사,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등 국가공동체 이념, 그리고 국민적 책임과 의무에 대해 제대로 가르친 적이 있는가? 정부와 교육현장은 직무유기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20세기 초 프랑스의 한 산골마을 숲속에서 한 어린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몸은 인간이었지만 짐승처럼 행동했다. 말을 할 줄 몰랐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네 다리로 기어 다녔고 땅에 구멍을 파서 거처로 삼고 있었다. 이처럼 인간이 짐승에 의해 키워질 경우 짐승처럼 행동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은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필요한 가치와 규범에 따라 교육되어야 한다. 벤자민 바버는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 번즈는 선진국들이 오늘의 수준에 도달하게 된 것은 국민교육을 통해 책임 있는 시민을 육성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통된 역사관과 국가이념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수레바퀴의 중심축과 같다. 바퀴에는 여러 개의 살이 있지만, 이것이 중심축으로 통합되어 있기에 수레가 구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민이 올바른 역사관, 체제이념, 가치관으로 통합되어 있을 때 사회는 안정되고 발전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압축성장을 해야 했기 때문에 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기도 했다. 그 결과 나는 누구이며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인가에 대한 의문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건국과 역사발전에 대한 합의가 결여되어 있어 사회정치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대내외 정책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선진국에 비해 손색이 없지만, 정치, 경제, 사회 등 내면을 들여다보면 후진적 요소와 퇴행적 요소가 적지 않다.

 

한국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정신을 내면화하고 체질화하지 못한 가운데 외형적인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그 내용도 건실하지 못하고 부작용도 크다. 성숙한 시민사회가 형성되지 못하면서 민주주의의 기본인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못한 것은 물론 과잉 민주주의와 저질민주주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자본주의 윤리가 미약한 가운데 이룩된 고도성장은 천민자본주의 현상이 독버섯처럼 나타나게 하고 있다. 성장, 수출, 건설 등 결과만 중시하고 절차와 공정성은 등한시되었다. 수단방법 안 가리고 돈만 벌면 되고 출세만 하면 된다는 편법주의와 황금만능 풍조가 확산되었다. 가치관의 전도와 혼란으로 권위의 추락, 불신풍조 확산, 사회갈등 증폭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본다.

 

필자는 《일등국민 일류국가》에서 국가공동체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필요한 국민의식 교육은 다섯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한국 현대사 교육, 민주시민교육, 자본주의교육, 남북관계를 포함한 통일교육, 그리고 급변하는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세계화교육이 그것이다.

 

역사교육은 민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대다수 국가는 긍정적 차원에서 역사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더구나 전교조 교사들이 역사를 왜곡하여 가르치기도 한다. 역사해석을 부정적으로 한다면 아무리 역사교육을 해도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역사창조도 중요하지만 역사해석은 더욱 중요하다. 국제사회에서는 대한민국 60여 년을 기적의 역사로 보는데 우리의 역사해석은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왜 우리의 성공한 역사 그리고 이를 이끌어 온 정부와 지도자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부정적인가? 선진국 기준으로 한국현실을 평가하면서 잘못된 것을 정부와 지도자의 책임으로만 돌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베트남, 이라크, 그리고 아프간에서 실패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적 기준과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려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교육이 국가에 대한 애착심과 충성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비교연구에서 미국의 경우 교육을 받을수록 국가에 대한 애착심과 충성심이 높았지만, 한국의 경우 교육을 받을수록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발전도상국에 대한 평가는 발전수준에 맞는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필자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국가건설(nation building) 차원에서 평가한 바 있다. 선진국은 국가건설이 완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지만, 개도국은 국가건설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개도국의 전형적인 국가건설 과제는 국내외 안전보장, 경제적 기반 구축, 정치적 발전의 세 가지이다. 따라서 발전도상국의 지도자나 정부를 평가하려면, 국가건설에 어떻게 기여했는가를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한정된 자원과 능력을 가진 발전도상국의 정부가 안보, 경제, 정치라는 국가건설의 3대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다. 더구나 처음부터 제대로 된 민주정치를 할 능력도 없지만, 민주정치부터 하려 한다면 안보태세의 확립이나 경제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단계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안보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다음 단계로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경제발전이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 보다 성숙한 민주정치를 할 수 있다. 한국은 바로 그 같은 단계로 발전했기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 성공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국가건설 과정은 일본은 물론 유럽의 역사발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하여 한국은 개인의 권리에 초점을 둔 미국식 교육을 모방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여가교육을 포함한 민주시민교육을 철저히 실시하는 나라이다. 국가건설 과정에 있는 나라들의 시민교육은 ‘개인주의적 시민’이 아니라 ‘공화주의적 시민’이라는 개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공화주의적 시민은 개인의 권리보다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의 목표에 참여하고 기여하는데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공화주의적 시민이란 국가공동체에 대한 이익, 그 다음으로 지역사회의 이익, 그 다음으로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익을 개인의 이익보다 중시하는 사람이다. 독일이나 일본은 이 같은 교육철학에 따라 국민교육을 실시했으며, 이스라엘이나 싱가포르 같은 나라도 이러한 교육을 국민교육의 중심이념으로 삼고 있다.

 

선진국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는 한국이 자본주의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것은 두 말 할 필요도 없다. 국내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는 기업은 국제시장에서 신뢰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와 통일에 관련된 교육도 문제가 많다. 이념과 체제의 차이를 초월하여 민족대단결로 통일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남북공동선언 때문에 북한체제와 우리 체제 간의 차이점, 북한체제의 문제점.

 

그리고 북한의 대남전략을 간과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안보불감증이 만연되고 남남갈등으로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다. 따라서 통일교육은 남북대결의 현실을 직시하고 남북관계 발전의 한계와 통일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문화가정 문제를 비롯하여 세계화에 관한 교육도 적극적으로 실시하지 않으면 한국은 세계화의 조류에 낙오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교육의 철학이나 방향도 문제지만,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 교육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위기에 직면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선진 국민의식 함양을 위한 노력은 범국가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 선진 국민의식 함양을 국가적 어젠다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

 

둘째, 이 같은 교육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한국현대사와 일반사회는 중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교육, 직장교육, 군대 정훈교육 등에서도 국민의식 관련 과목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현대사와 사회과 과목에 대한 교재개발과 교사 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각종 공무원 선발시험과 승진시험, 교사선발 시험, 장교시험 등에서 선진 국민의식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며, 객관식 시험뿐만 아니라 논술식 시험도 실시하여 이러한 과목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고 또한 학교교육에서 이러한 과목에 대한 수요도 높여야 한다.

 

사회는 넓은 의미의 학교이다. 교육외적 환경을 개선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등 조선왕조 인물에 대한 동상뿐이고 화폐에도 대한민국의 인물은 없다. 전직 대통령 기념관과 동상 등 국가적 상징물을 건립하는 것이 국민들의 역사관과 국가관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선거직 또는 임명직 공직자의 윤리기준을 강화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과 질서의 확립 없이 성숙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정착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

 

김충남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육군사관학교 교수, 외교안보연구소 교수 역임

대통령 비서실 사정비서관, 정무비서관, 공보비서관 역임

하와이 East-West Center 연구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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