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과 포퓰리즘 시대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바른사회시민회의 상임집행위원)
6인이 되돌아본 참여정부의 시대
노무현 정치의 전사적 특징과 그림자, 그리고 일탈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보다 하락한 유일한 시대
실패한 사민주의 추종한 사회복지
‘노무현과 포퓰리즘 시대’는 6인공저의 저작이다. 김세중(연세대), 박효종(서울대), 윤창현(서울시립대), 이규식(연세대), 김영호(성신여대), 김광동(나라정책연구원) 등 6명의 저자가 공저를 통해 참여정부의 시대를 돌아보았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는 릴레이 시국선언을 불러올 만큼 충격이 컸었다. 그러나 뇌물수수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투신을 한 그의 죽음 앞에서 다시 한 번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은 좋지만 그러나 그가 집권한 기간 동안 과연 대한민국이 발전을 했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그의 사후 일주년에 즈음하여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사와 찬양의 글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 책은 좀 더 객관적 시각으로 그의 시대에 대한 돌아보기를 시도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의 시대가 가진 부정적 측면은 꽤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일탈의 정치’(김세중)에서 저자는 근대 국민국가의 기본적 정치 과제는 국가의 권위·신뢰·품격을 유지하고 앙양하며, 국민적 통합을 공고히 하는 것인데 정치가 이 과제를 훼손하는 경우 이를 ‘일탈의 정치’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노무현 정권은 국가의 권위·신뢰·품격을 심각하게 훼손시킴으로써 일탈의 정치가 일상화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나아가 노 전 대통령의 ‘일탈’은 국민 통합을 위협하는 형태로도 나타났는바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도 부인되고 역사도 정의가 패배한 역사로 부정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국민이 진보와 보수의 두 편으로 갈라지면서 한쪽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 노무현 정치의 전사적 특징과 그림자’(박효종)에서 저자는 ‘노무현 정치’는 개혁적인 성향에도 불구하고 ‘덧셈 정치’가 아닌 ‘뺄셈 정치’ 형태를 띠게 되었으며 ‘있는 자’와 ‘없는 자’의 대결 구도를 이용한 포퓰리즘을 구사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고 지적한다. 참여정부의 국정주도세력은 끊임없이 개혁을 표방했지만 심각한 정치·사회 갈등을 야기했을지언정 제대로 된 개혁은 이루지 못해 아마추어 시비를 불러일으켰다는 점도 지적 가능하다.
균형발전과 혁신정책의 우울한 경제학(윤창현)은 수많은 경제적 개혁 어젠다를 설정해놓고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기업과는 지속적 긴장관계를 유지했고 규제를 통해 대기업을 억눌렀으며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었던 상황에서 오히려 속도를 낮춰버리면서 저투자 기조가 정착되었고 결국 저성장, 고실업으로 이어져 경제 침체를 가져왔다는 점을 예로 든다. 경제성장률이 세계 평균보다 하락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사유와 자유에 대한 존중이 이루어지지도 못하였고 부동산 및 교육 정책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세금 폭탄을 남발하고, 평준화를 금과옥조처럼 유지하는 태도에서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이 드러나는 것이다. 소유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정책을 우선시하다보니 미래를 향한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분위기 형성에도 소홀했던 면도 지적된다. 참여정부가 지방 균형을 내세우며 균형 발전을 유도했지만 균형발전정책은 지방의 땅값을 올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오히려 불균형을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성장동력을 냉각시킨 참여복지’(이규식)에서는 참여정부가 김대중 정부를 계승했기 때문에 복지정책 이념에 있어 김대중 정부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두 정부는 외형상 ‘생산적 복지’를 부르짖으며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을 추구한다”고 했지만 정책 실행과정에 있어서는 과거 좌파 서구국가들의 실패한 사회민주적 접근을 그대로 따라갔다. 건강보험에 있어 국가 독점적 체제를 유지하면서 건보재정지출을 확대해 국민부담을 가중시킨 것이 그 예이다. 집권과 함께 참여복지 5개년계획을 내놓은 참여정부는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공공보건의료체계 개편 방안, 고령친화산업 활성화 방안, 새싹플랜-중장기 보육계획, 파랑새플랜, 새국민건강증진 종합계획, 암정복 10개년 계획, 건강보험보장성강화 로드맵, 건강보험 약제비 적정화 방안, 국가자살예방 기본계획, 의료서비스 선진화 전략, 비전2030, 건강투자전략 등을 내놓았지만 결국 이 계획을 관통하는 일관된 정책의 틀을 갖고 있지 못하면서 실현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는 무모함까지 보이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자주외교론과 대미외교의 불리한 손익계산서’(김영호)에서는 노무현 정부 5년간 대미외교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미정책이 ‘자유외교교노선’이란 성격을 띠고 “반미면 어떠냐”며 반미 정서에 편승해 표를 얻고자 한바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참여정부는 경제 제재와 군사적 조치를 북핵 문제 해결 수단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던 미국 부시 정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북한은 노 전 대통령 재임 중에 핵실험을 강행했다. 참여 정부의 자주외교노선으로 인해 한·미 동맹 관계가 약화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체제 구축이 어렵게 되었고 주한 미군사령관이 겸임하고 있는 한미연합사령관의 전작권 문제를 군사주권 문제로 비화시키면서 전작권 단독행사를 마치 빼앗긴 주권을 회복하는 것처럼 선전했다는 점도 지적된다.
‘보편가치와 민족가치에 벗어난 대북정책’(김광동)에서는 참여정부의 정책적 지향점이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정당한 인식과 배려를 전혀 하지 않은 채 미국과의 대결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고 우호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초점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5년간 북한으로 지원된 현금만 15.7억 달러에 이르며, 여기에 현물지원까지 포함하면 44.7억 달러가 북한에 지원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부의 대북지원은 체제변화나 북한 동포의 인권개선보다는 특정 정부가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는 것처럼 평가받기 위한 성격이 강했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려는 정치적 목적도 상당했다는 점을 꼬집는다. 참여 정부의 대북지원이 북한의 전체주의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나 개선이 아니었다는 점이 아쉽다는 점을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