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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의 희망 민간대북방송
하태경   |  2011-02-09 15:41:09  |  조회 3606 인쇄하기

북한 주민의 희망 민간대북방송
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

 

“북한의 철저한 정보 통제는 제멋대로 날뛸 수 있는 배경. 정보 차단의 벽을 뚫어야 한다. 탈북자 250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8%가 라디오나 카세트라디오를 가지고 있고 현재 국내에는 AM과 단파 중에 비어있는 주파수가 여러 개... ”

 

국내 입국한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하나 있다. 수백만이 굶어죽고 수십만이 정치범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나라에서 왜 주민들이 저항을 하지 않는가?

왜 그럴까? 왜 북한 주민들은 그 포악한 독재정권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일까?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이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은 정보통제이다. 북한 정권의 일방적 세뇌로 진실을 못보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외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여 주민들로 하여금 자기들의 선전을 믿게하는데 꽤 성공해왔다. 수백만이 굶어죽던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때에도 주민들이 굶어죽은 이유는 미국의 경제봉쇄 때문이라고 선전했고 꽤 효과를 발휘했다.

 

요즘은 중국-북한 국경 지역에서 중국 휴대폰을 사용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아졌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알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이번 연평도 포격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막상 전화가 연결되면 오히려 북쪽에서 남쪽에 대해 더 궁금해한다. "남쪽에서 먼저 공격을 했는가? 남쪽이 전쟁을 준비한다는데 그것이 사실인가?" 종종 이런 질문이 되돌아온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질문이지만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북한 주민들은 북쪽이 도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남쪽이 북쪽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이명박 역도와 남조선 괴뢰 군부가 우리 공화국을 선제 타격하겠다는 것을 선포했다. 지금 우리는 언제, 어느 시각에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긴장된 정세 속에서 살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전쟁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북한은 6·25 전쟁까지도 자신들이 침공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대한민국이 침략한 전쟁으로 북한 주민들이 믿게 하는 데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미 벌어진 일들도 당당하게 거짓말 선전을 하는데 미래에 벌어질 사건에 대해 왜곡 선전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왜곡 선전이 아니라 그것이 통한다는 데에 있다. 북한 주민들로서는 다른 정보가 없기 때문에 안 믿을 도리도 없다.

 

이와 같은 북한의 철저한 정보 통제는 남북 관계에서 북한이 제멋대로 날뛸 수 있는 튼튼한 배경이 된다. 북한은 남북한 군사적 대결에서 패배하더라도 정치적으로는 항상 승리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에서 대패한 후에도 '적의 도발을 분쇄한 승리'로 선전했다. 설령 군사적 패배 사실을 숨길 수 없는 경우라도 북한은 남쪽의 기습으로 당했다며 대남 적개심을 고취시키고 복수의 칼을 갈자는 식으로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남쪽은 다르다. 군사적으로는 승리했더라도 한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 야당과 NGO가 들고 일어난다. 잘못된 대북 정책 때문에 민간인이 희생되었다고 규탄 시위를 벌인다. 또 언론은 한반도 긴장 고조로 경제가 어려워진다며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다. 한국 정부는 군사적으로 승리해도 정치적으로 승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 비밀은 바로 한국은 정보의 홍수에 살고 북한은 정보의 블랙박스 안에 살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런 정보 접근의 비대칭성 때문에 군사적 승리가 정치적 승리로 연결되지 않은 또 다른 사례는 1차 걸프 전쟁이다. 전쟁엔 졌지만 이라크 내부 정보를 완전히 통제한 후세인은 권좌에서 쫓겨나기는커녕 더 강력한 독재 기반을 구축했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에게 정치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북한 정보 차단의 벽을 뚫어야 한다.

 

북한 정보통제의 벽을 뚫는데 앞장서고 있는 곳이 민간대북 라디오 방송국들이다. 현재 국내에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열린북한방송 포함 4개의 민간대북방송이 존재한다.

 

국내 민간대북방송은 2005년부터 해외 송신국을 통해 방송을 시작했으며, 현재 대부분의 방송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 때문에 민간대북방송사들은 이명박 정부에 지속적으로 지원을 요청해왔다. 특히 국내에서 AM(중파)으로 송출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북한 주민들이 듣고 있는 라디오 방송 채널은 크게 두 종류이다. 하나가 중파(AM)이고 다른 하나가 단파(SW)이다. 중파는 카세트리코더와 겸용이 많아 가지고 있는 주민들도 많고 음질도 단파보다 훨씬 좋다. 그동안 탈북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파 라디오를 가지고 있는 주민은 전체 북한 세대의 60% 이상으로 단파에 비해 10배 이상 많다. 때문에 중파로 방송을 하면 더 많은 북한 주민이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중파 방송은 북한과 근거리 지역에서만 할 수 있다. 중국, 러시아, 한국이 북한에 질좋은 중파 방송을 할 수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국내 민간대북방송에 중파 시설을 빌려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때문에 한국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도 국내 민간대북방송사들에게 국내 송출 지원을 할 것을 약속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4월 17일 미국 방문 시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과 미국의 상하원 의원들에게 민간대북방송 국내 송출 허용을 약속했다. 물론 아직까지 약속이 이행되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현재 북한에서 라디오를 구하기는 어렵지 않다. 중국과의 교류, 장마당이 활성화됨에 따라 라디오, DVD, VCD 등 다양한 미디어 매체들이 북한전역에 확산되어 있다. 특히 AM 라디오는 카세트 레코더와 겸용이 많아서 쉽게 구한다. 학생들이 있는 가정이면 외국어 공부를 위해 카세트 레코더는 한대씩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09년 미국 미디어조사기관인 인터미디어가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 250명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8%가 라디오나 카세트라디오를 가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물론 최근에 한국의 드라마, 영화, 노래 등이 북한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또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드라마, 영화, 노래 속에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 연평도 포격의 진실이 담겨 있지는 않다. 한국이 풍요로운 사회임을 알려줄 수 있지만 북한 정권이 얼마나 반인권적인지 한국이 미국의 괴뢰정권이 아니며 얼마나 북한 주민의 생존과 인권을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려줄 수가 없다. 때문에 대장금, 올인 등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북한 주민들도 남한이 북한을 선제공격하여 연평도 포격이 불가피했다는 북한 선전을 믿는 것이다.

 

라디오와 함께 삐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가져다 준다. 그러나 삐라는 북풍이 불어오는 겨울에는 보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량에도 제한이 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 특히 엘리트들에게 외부 정보를 체계적으로 그리고 다량으로 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라디오의 효과가 돋보이는 것이다.

 

민간대북방송 지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파수와 송출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AM과 단파 중에 비어있는 주파수가 여러 개 있다. 이 주파수를 제공하고 송출 시설을 정부가 지원해주면 되는 것이다. 현재 민간대북방송은 국내 주파수를 사용할 수 없어 해외의 상업 단파주파수를 비용을 주고 쓰고 있다. 여기에 나가는 돈만 해도 하루 두 시간 방송하는데 하나의 방송사 당 년간 1억원 이상을 지불하고 있다. 영세한 민간대북방송사 입장에서는 적지않은 예산이다. 때문에 국내 방송송출 시설을 갖게 되면 재정적으로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약간의 진전이 있기는 하다. 본인이 몸담고 있는 열린북한방송은 춘천 MBC와 계약을 맺고 하루 1시간 춘천MBC AM과 FM을 통하여 방송하고 있다. 그러나 춘천 MBC의 전파는 강원도와 함경남도 일부에만 도달한다. 그리고 방송 시간도 북한 주민들이 청취하기 쉽지 않은 새벽 4시부터이다. 때문에 민간대북방송은 하루 24시간 사용가능하고 북한 전역에서 청취 가능한 AM 주파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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