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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일본, 일본인
우창록   |  2015-05-22 13:22:56  |  조회 6737 인쇄하기
두 얼굴의 일본, 일본인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세계적 명성을 가진 역사학자 187명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일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과거사를 왜곡하지 말라고 촉구한 게 지난 5월 초였습니다. 187명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허버트 빅스(미국 빙엄턴대학), 디어도어 쿡•하루코 다야 쿡(미국 윌리엄 패터슨 대학), 에즈라 보겔(하버드대),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 등 미국과 유럽, 호주에서 활동 중인 일본학과 동양학 전공자 그룹이니 그들의 학문적 양심을 누가 의심하겠습니까?
그날 국내 연합뉴스를 통해 공개된 '일본의 역사가들을 지지하는 공개서한'이라는 제목의 성명은 외교 경로를 통해 아베 총리에게도 전달됐다니 현실적인 무게도 담겨있습니다. 그런 성명은 韓中日 세 나라를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과거사 문제의 하나가 일본군 위안부라고 지적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피해 국가에서 민족주의적인 목적 때문에 악용하는 일은 국제적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피해 여성의 존엄을 더욱 모독하는 일이지만 피해자들에게 있었던 일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일 또한 똑같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던 것입니다. 결국 이런 목소리는 일본에게 도덕적 압박을 가하고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목소리라서 설득력이 큽니다.


 

[저작자] ZZMOM [이미지출처] http://blog.naver.com/prismrose?Redirect=Log&logNo=196611099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본 문제


올해는 일본 정부가 말과 행동을 통해 식민 지배와 전시 침략 행위를 다룸으로써 일본의 지도력을 보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국제적 학자들이 조언했던 것도 눈 여겨 볼만 합니다. 이 발표가 있기 직전 4월 말, 아베 일본 총리는 미국 의회(상하양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세계 여론을 의식하고 마지 못해)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언급하면서 일본이 다른 나라들에 고통을 가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언급 내용이 기대수준에 못 미친다거나 진정성도 결여되었다는 평이었습니다. 그래서 역사학자들의 공개서한이 뒤늦게 발표되었는지 모르나, 최소한 우리에게는 그러했습니다.
사실 아베 총리가 미국을 찾기 이전에 미국 언론들도 그를 향해 ‘과거사를 반성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뉴욕 타임즈’는 '아베 총리와 일본의 역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방미의 성공 여부는 아베 총리가 얼마나 정직하게 일본의 전쟁 역사를 마주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건 식민침탈의 과거사를 왜곡 또는 은폐하고 있는 아베 정부에 대한 우리의 감정과 일치하는 목소리입니다. 경제력은 눈부신 현대의 선두에 있으나 이념과 정체성은 여전히 어두운 과거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그러면서 미래를 얘기하자는 일본이다 보니, 이웃이되 마음을 주기 어려운 게 그렇습니다.


한국 외교는 소외? 애꿎은 비판


이와 관련해서 제기된 문제입니다만, 아베 총리의 미의회 연설 직후 미일 양국간 새로운 밀월(蜜月)관계가 부각되면서 한국 외교가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아베 총리가 미 상하양원 합동회의 연설에 선 것 자체는 분명 일본에게 외교적 성공이랄 수 있고 그의 연설과 미국 내 행보 역시 미국인들의 따듯한 환영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외교는 시의적 이벤트 성격도 크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평가되기 일쑤입니다. 2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에서 상하양원 의회연설은 물론 미국 각계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을 때 일본 국내에서는 일본외교는 뭘 하고 있느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과도한 민족주의에 대한 우려


내로라하는 역사학자 187명이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꾸짖고 나선 것은 속이 다 시원하지만, "그것 봐라" 하고 우리끼리 만족하는데 그칠 수 있을까요? 아직도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이 기회에 말씀 드리자면, 저명한 역사학자들의 성명에는 우리 귀에 듣기 좋은 것만 있지 않더군요. 즉 과도한 민족주의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점잖은 방식으로 담고 있는데, 한 번 귀 기울여볼 대목입니다.
"고통을 당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국가(한국)에서 민족주의적 목적 때문에 악용하는 일은 국제적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피해 여성의 존엄을 더욱 모독하는 일이다." 이는 한국사회에 넘치고 있는 민족주의 정서에 대한 경계이기도 합니다.
현재 냉랭함을 넘어 우방관계에 금이 갈 정도인 한일관계 – ‘혼네 다테마에’ 일본인, 어쩌면 조상(外祖父이자 전 총리 ‘기시 노부스케’)의 명예를 더 중시하며(A급 전범 부정) 말 바꾸기 일 삼는 아베 총리가 깃발을 들고 일본을 끌고 가는 한 – 문제해결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달에는 한일관계 문제를 짚어보는 이슈를 설정했습니다. 사람에 따라 때론 격렬한 감정을 드러낼 수도 있고, 일부 찬반이 갈릴 수도 있지만, 사회통합과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 보다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두 얼굴의 일본, 일본인을 더 알아차리는 일이 중요하고, 과거사 문제를 안보 경제 등의 분야와 분리해서 다루는 – 정부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듯이 – 슬기로운 자세를 갖는 것 필요하다고 봅니다. 점차 더워져 가는 날씨 회원 여러분의 댁내에 두루 안녕과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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