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똑바로 서야
해외 동포사회의 통합도 가능합니다
우창록 <(재)굿소사이어티 이사장>
외교부의 자료에 따르면, 재미동포 212만여 명을 포함해 전세계 재외동포의 규모는 700만 이상이 된다고 합니다. 남북한을 합친 인구의 10분의 1 규모입니다. 전체 숫자도 만만치 않지만 특정 지역에 쏠리지 않고 세계 각국에 고르게 분포된 것은 다른 나라와 달리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합니다. 세계한인(韓人)네트워크의 자원으로도 소중합니다.
그건 지난해 타계하신 문화인류학자 이광규 박사를 포함해 적지 않은 분들의 통찰입니다. 물론 우리는 압니다. 재외동포 700만 명은 우리 근-현대사의 곡절 속에서 자의반 타의반 외국 거주를 선택해야 했던 사연 많은 분들입니다. 조선왕조 말과 일제 초기 유민(流民)이 돼 만주로 떠나기도 했고, 독립운동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 등지로 탈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와이 사탕수수밭 농업이민도 기억해야 하고,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으로 강제 이주 당했던 카레이스키들의 슬픈 역사도 잊을 수 없습니다. 현재 가장 세력을 이룬 것은 태평양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재일동포, 그리고 미주지역 동포입니다. 동포사회 스스로가 세운 학교가 미국에만 997개나 되니 그들의 애국심과 통합 노력은 눈 여겨 볼만합니다.

동포사회 통합 끌어올리고, 고국과의 연계 돕는 건 미래투자
한국정부도 글로벌 한민족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떠맡을 기관으로 재외동포재단을 세웠고, 오래 전 재외동포법을 제정했던 것도 그런 배경으로 압니다. 한마디로, 동포 사이의 유대감과 통합을 끌어올리고, 고국과의 연계를 돕는 일은 여전히 소중합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비즈니스로 성공한 분들이 세계한상(韓商)대회를 올해로 13년째 매년 열고 있습니다. 올해는 9월 말 부산에서 세계 45개국 2000여명 동포기업인들이 모여 국내 기업인과 상견례를 가졌습니다.
공교롭게도 세계한상(韓商)대회가 열리기 전후 엉뚱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국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됐듯이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지난 달 말, 현지의 일부 교민 시위대들이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들은 우리 대통령을 '살인마'로 부르며 세월호와 관련한 음모론과 함께 입에 담지 못할 저주까지 쏟아 냈으니 해괴하기 짝이 없습니다.
미시USA로 알려진 여성 사이트를 중심으로 뉴욕타임스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면광고를 실으며 국내외에 전에 없던 충격을 줬습니다. 이런 시위의 뒤에는 북한에서 ‘국제김일성상’을 받은 종북주의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알려지면서 동포사회의 분열 문제가 새삼 우리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동포사회는 결국 대한민국의 축소판
평양에서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북한 외교관들 생활비까지 댄다는 이들 종북, 친북주의 동포들은동포사회의 소수세력이긴 합니다만, 그들은목소리가 난폭하고 극렬 행동을 서슴지 않습니다. 외국인들 눈에 그들은 같은 한국인의 얼굴에 침을 뱉는 것이어서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들의 행동이 동포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데 있습니다.
잘 관찰해 보면, 한가지 지적할 일이 있습니다. 동포사회의 분열과 갈등이란 모국(母國)의 분열을 반영하기도 하고 거꾸로 증폭시키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여기가 소란하고 정리가 잘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바다 건너 저쪽이 조용히 남아있지 않습니다. 국내의 일부 정치세력은 해외 종북동포들 지령을 받는 듯 행동하기도 합니다.
반복하지만 한국사회가 강력한 통합을 이룰 경우 동포사회도 상대적으로 안정될 것이 분명합니다. 사회통합을 기치로 출범한 (재)굿소사이어티가 이달의 주제로 동포사회의 통합을 놓고 머리를 맞대는 것은그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있어 사회통합이란 한국사회의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도 소중한 가치라는 점을 이번 기회에 새삼 재확인해 봅니다.
앞서 언급했던 이광규 박사의 지적대로 예전 한국의 산업화 시기에 해외동포들의 기여가 높았습니다. 한국에서는 과학기술처에 특별기구를 두고 재미 과학자, 기술자를 초빙하였고, KIST와 포항공대 등에서 일하도록 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 뿐인가요? IMF 외환위기 때 동포들은 아껴 모아둔 달러를 기꺼이 모국에 송금하는 애국심을 보여줬습니다.
이제 그들을 돕는 방법의 하나가 우리 내부의 견고한 사회통합을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는 것, 그런 모습을 해외에 자연스럽게 보여주어 동포사회의 통합을 유도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회원 여러분들의 생각도 저와 비슷할 것으로 믿고 싶습니다. 정말 풍요롭고 좋은 계절입니다. 우리사회를 위한 더 많은 성찰이 오늘 이슈레터에서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