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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 되살리기'만은 안 된다.
김희상   |  2011-10-27 19:27:42  |  조회 2906 인쇄하기

'햇볕정책 되살리기'만은 안 된다.


김희상 [육군 중장(예)/정치학 박사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최근 ‘원칙파(?)’로 알려진 통일부 장관이 교체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이 바뀔 것이라고들 한다. ‘유연’하게 접근해서 남북정상회담까지 기대한다고도 한다. 그래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여유 있는 쪽이 양보를 해야 매듭이 풀린다.’고 채근하고 내년에는 북한이 돈 쓸 데가 많기 때문에 ‘정상 간에 북핵문제 해결의 통 큰 합의도 가능할지 모르니, 임기 중에 남북 평화공존의 궤도를 까는 것이 이 정부의 마지막 책임’이라고 다그치기도 한다. 한마디로 ‘퍼 주고 설득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으로 나올 것’이라는 발상이니 햇볕정책과 별반 다름이 없어 보인다.

물론 북한 핵은 어떻게 하든 서둘러 해체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북의 군사적 균형을 결정적으로 붕괴시키고 한국을 전략적 피그미로 만들어 점차 한반도 적화의 길로 끌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 되고 난 후라면, 설사 일부 열혈지사(熱血志士)들의 주장대로 우리가 핵을 만든다고 해도 다소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이 살아남자면 북한 핵을 해체시키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아예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내년은 그럴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가 있다.


지금 북한은 지난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모든 대학의 문을 닫아걸고 있다. 내심 중동 자스민 혁명 바람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미국 정보 관계자는 지금 북한 김정일 체제가 내년에 대한 북한 주민의 턱없이 높은 기대 때문에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있다는 말도 한다. 사실 내년 2012년은 이른바 강성대국의 해이기도 하지만 특히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자 김정일 70주년, 김정은 30주년’이 되는, 매우 특별한 축제의 해다. 평시에도 김일성 김정일 생일에는 그런대로 푸짐한 선물을 받아 왔던 북한 주민들은 지금 어린이로부터 고급 관료에 이르기까지 내년 축제 시 북한 정부가 분배할 선물에 대한 기대로 가위 들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축제를 풍요롭게 잘 치루지 못하고, 만에 하나 주민이 또 다시 굶는 일이라도 생긴다면 3대 세습은커녕 심각한 체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게다가 지난 9월 9일 김정일을 가까이에서 본 어떤 이는 ‘아무리 봐도 건강에 문제가 많더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 김정일이 굳이 병든 몸을 이끌고 중국과 러시아 내륙 깊숙이 돌아다닌 것은 바로 내년에 쓸 식량과 에너지 그리고 통치용 선물들을 구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얻어 낸 것은 별로 신통치 않은 듯하다.


그래서 북한은 지금 매우 다급한 듯하다. 최근 북한 주민들에게 강성대국의 해를 위한 헌금을 강요하는 궁색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내년 축제에 대한 주민의 기대 수준을 낮추고 유사시 책임을 주민에게 떠넘기려는 꼼수가 아닌가 싶다. 최근 최영림 북한 내각 총리를 수행 중인 한 북한 외무성 관계자가 우리 기자에게 심각한 식량 상황을 설명하며 “남한의 동포로서의 통 큰 지원을 기대한다.”고 한 것을 보면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니 지금 한국의 도움이 얼마나 절실 할 것인가? 북한으로서는 정말 어려운 때요 우리 한국에게는 분명 중요한 기회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퍼주고 설득하는 것’만으로 북한 핵을 폐기하거나 참된 평화공존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은 10년 햇볕정책의 실패로 이미 증명이 되었다. 아니 피터 휴스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도 9월 28일 관훈 토론회에서 공감 한 바 있듯이 김정일 체제가 존재하는 한 북한이 핵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사실상 전문가들의 상식이다. 특히 많은 탈북동포들이 증언하고 있듯이 북한 김정일 체제는 그 ‘햇볕정책’을 활용해서 1990년대 후반의 이른바 ‘고난의 행군’시대를 살아남고 핵까지 만들어 오히려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이라고 무엇이 다를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일 가? 최근 대통령이 미국에서 ‘한반도 자유통일의 초석을 깔겠다.’고 했는데 그런 근본적인 접근이 오늘 우리가 선택 할 수 있는 최 상책(上策)이지 싶다. 자유통일 외에는 북 핵이든 뭐든 완전한 해결 방법도 없는데다가 지금은 참된 지도자라면 당연히 그런 큰 지혜와 용기를 발휘할 만 한 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북한 핵만이라도 해체 시킬 수 있다면 그것도 중책(中策)은 될 것이다. 그동안의 ‘원칙 준수’가 실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그것이 그나마 햇볕정책으로 기고만장해 있는 북한의 교만을 꺾어 핵 폐기와 평화통일의 문을 여는 출발선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오늘 정부 여당의 모습을 보면, 특히 여당 대표의 반복되는 주장과 두서없는 행각을 보면 어쩐지 하지하책(下之下策), 이미 실패한 ‘햇볕정책 되살리기’로 가는 것만 같다. 명색이 여당 대표인데 정부와의 교감(交感)이 전혀 없을 리야 없을 터이니 사실상 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의지를 굳혔을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느 보수 언론인은 현 정부 저변에 햇볕정책의 뿌리가 예상외로 깊고 고위층의 정상회담에 대한 욕구도 매우 높은데다가 미래권력도 현 정부 임기 내에 남북관계 개선의 문을 열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편법으로 대가를 지불’하고라도 정상회담까지 달려 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일각에서는 때마침 추진 중인 시베리아 가스관 건설이 그런 ‘편법’의 수단이 되지 않을 가 의심하기도 한다.


우리 대통령이 눈물까지 글썽이며 천안함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던 작년 5.24 담화와 연평도 사태 이후 ‘굴욕적 평화가 아니라 진정한 평화’를 지켜 내겠다던 11월 29일의 다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한데 1년도 안 돼서, 또 대통령은 원칙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거듭 다짐 해 왔는데 설마- 싶으면서도 은근히 조심스럽다. 만에 하나 북한은 끝끝내 천안함, 연평도 도발에 대해 사과 한마디 않는데도 우리가 새삼스레 웃으며 손을 맞잡고 그런 편법까지 써가며 정상회담을 하려들면 북한은 우리를 얼마나 우습게 볼 것이며, 또 앞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대처하기는 얼마나 더 어려워질 것인가? ‘시베리아 가스관’사업도 얼핏 보면 모두에게 유익한 사업이지만 숨겨져 있는 리스크도 너무 큰 사업이다. 무엇보다도 한 두 번 속아 보았나? 신뢰 할 수 없는 대상들과의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를 위험한 합의를 위해 함부로 헛돈을 쓸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정상회담도 물론 필요하지만, 적어도 북한 핵은 그대로 둔 채 또다시 김정일 체제만 위기에서 구해주고 마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 세습체제가 위기를 벗어나 안정이 되면 북 핵 폐기의 기회는 두 번 다시없을 지도 모르고, 그것은 자유대한의 미래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겁이 많고 어리석어서 죄 없는 후손들에게 참혹한 미래를 뒤집어씌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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