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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교육부인가?
서지문   |  2007-10-01 06:22:04  |  조회 3780 인쇄하기

 교육부가 대학신입생 선발에서 고교내신성적의 실질반영률을 교육부 권고 비율보다 낮게 하기로 한 고려대학교에 정원 160명 감축이라는 제재를 취한 것은 ‘옹졸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물론 교육부는 이 조치가 내신반영률에 관한 교육부 ‘권고’ 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아니고 고려대의 교원확보율 미달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 해명을 그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에서 교육부가 이토록 대학의 행정에 간섭하고 명령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교육수요자는 21세기에 있는데 교육부의 의식과 방법은 19세기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교육부는 어떻게 ‘말 안 듣는’ 대학들을 제재할까를 궁리하지 말고 어떻게 대학들이 교육부의 지시나 권고를 기쁘게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을까를 궁리해야 한다.  환영하지는 않는다 해도 적어도 대학들이 원칙적인 정당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지시나 권고를 해야지, 대학들을 힘으로 압박하고 제재로 무릎꿇게 한다면 교육부가 스스로의 권위와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대학들이 돈 벌이를 위해서 궤도를 벗어난다면 모르거니와 수월성 교육을 목표로 하는 대학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내신성적 문제를 예로 들자면, 여러 대학들이 학생선발에 내신성적을 낮게 반영하고 싶어 하는 것은 물론, 각 학교 간에 내신등급 사이에 실력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무조건 내신성적 반영 비중을 높이라고 지시하는 것이 교육부의 정당한 권한이라고 할 수 있으며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교육부가 할 일은 모든 고등학교의 실력이 고르게 높아져서 내신성적이, 학교 이름을 떼더라도 그 자체로 학생 실력의 믿을만한 지표가 되게 노력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학교 간의 실력 차를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강북에 자립고를 허가하는 한편 기존 중고교에도 획기적인 투자를 해서 학교의 시설 확충, 개선을 지원하고 교사연수의 기회도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공립학교에도 교사임용의 권리를 주어서 교육 수준에서 강남을 앞지를 수 있도록 해야 내신을 둘러 싼 갈등이 해결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고교내신성적이 교육부와 대학들 간의 힘겨루기의 대상이 되고 교육의 영역을 벗어 난 정치적인 민심회유의 도구가 되어서는 우리 교육은 계속 무수한 이탈자를 만들어내고 국가발전의 동력을 무력화시킬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나라의 교육이 교육부를 위해서 있는 것인지 교육부가 교육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깊이 자성해야 한다.

- 고려대 교수, <<교수정론>> 논설위원
- <<교수정론>> 2007.9.17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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