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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은 5년 성적
홍세표   |  2007-08-28 01:51:54  |  조회 2767 인쇄하기

-균형감각 있는 지도자가 아쉽다.

최근 「로마인 이야기」를 발간한 일본작가 「시오노ㆍ나나미」가 “로마제국이 「팍스ㆍ로마-나」의 번영과 평화를 장기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군사력과 함께 유럽과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광역경제권을 확립한 경제대국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성공의 배후를 「카이잘」과 같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균형 감각이 잡힌 유능한 통치자의 리더십으로 꼽은 글을 읽고 오늘의 우리나라 현실에 대위해보고 서글펐다. 

  지난 편파적인 진보성향 정권 집권 10년간 특히 지난 5년간의 우리 경제는 총체적 실정의 기간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형 경제로 이행하는 과정이라 불가피했다고 역설하는 잠재성장율 4%대로의 추락도 우리와 비슷한 유형의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초라한 성적이다. 정부가 시시콜콜 민간 부문에 간섭하고 온갖 구실로 그들의 발목을 안 잡았더라면 적어도 5%대의 성장은 기할 수 있었으리라고 믿는 식자들이 많다. 

  이념에 경도된 분배우선정책은 중산층을 줄이고(96년 56% → ꡐ06년 44%) 오히려 빈곤층을(11%대에서 20%대로) 근 2배로 늘려놓았다. 정부가 적대시하는 상류층만 더 증가 (20.1% → 25.3%)시켰으니 아이러니 아닌가? 

  소득배분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악화일로(95년 0.284 → ꡐ05년 0.315)에 있다. 결국 분배 복지정책은 실패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국가채무는 현 정권 출현 당시 2002년의 134조원에서 2006년 말 현재 283조원으로 지난 4년간 두 배 이상인 149조원이 증가하였다.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라고 하는 나라 빚은 기금과 정부산하기관까지 합쳐보면 GDP 대비 45%를 상회하고 있어 정부가 주장하는 30%는 억지주장임을 알 수 있다. 

  국민의 조세부담률(정부발표 20.4%)도 각종 부담금 등 준조세를 합치면 거의 OECD국가 수준에 이르거나 이를 상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 정부 발족 이후 이른바 “효율적 큰 정부” 지향 정책 때문에 공무원 숫자가 5년간 6만 명 이상 늘었는데 2011년 까지 5만 명을 더 증가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지난 4년간 고급공무원 숫자도 두드러지게 늘어 장ㆍ차관급 자리만 해도 106개에서 136개로 증가하였다. 가뜩이나 민생고에 시달리는 국민의 부담이 더해감은 물론 각종 규제남발이 경제의 유연성을 훼손하고 경제에 큰 족쇄를 채우게 될 것이 예상된다. 엎친데 덮친데 격으로 지난 7월 10일 국무회의에서는 4개 부처 공무원 2151명을 더 늘리기로 했다고 한다. 앞으로 해외공관을 늘릴 계획이 있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이런 엉뚱한 일을 벌이는 이 정부의 전횡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공기업 민영화 계획을 무산시킨 결과 공기업이 낭비한 예산은 정부예산의 32%에 해당하는 5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공기업 부채규모가 ꡐ06년 말 296조원으로 ꡐ02년 말 195조원에 비해 52%나 증가하였다고 한다.) 

  성공한 예로 자화자찬하는 주가는 결코 정부의 치적일 수 없다. 세계적으로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고 이나마 경쟁국의 주가보다는 낮은 수준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적 유동성 과잉 현상에도 불구하고 FDI(외국인 직접투자)는 ꡐ04년 이래 매년 그 규모가 줄어가고 있는 사실(ꡐ04년 92억 달러 → ꡐ05년 63억 달러 → ꡐ06년 36억 달러)과 다른 OECD 회원국의 FDI가 전례없이 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실업자가 줄기는커녕 증가하고 있고 실업자 유형도 청년 실업으로 모양이 바뀌어져 가고 있는 오늘의 모습도 참담하다. 

  메트로 지역 대도시 집중육성으로 정책방향을 틀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면서 국토균형발전의 명분 하에 추진되고 있는 각종 명목의 지방특화도시 구축정책은 이 정권들어 부담하게 된 토지보상비만 110조원이라는 예상 결과를 초래하였고 전국을 투기장화 하였다. 

  미증유의 규모로 올린 주택 보유세는 결코 속성상 소득재분배 수단으로 채용할 후 없는 성질의 것이거늘 이를 강행하여 중산층 가구의 부담과 이에 수반하는 가계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어 잘못된 정책일 것이다. 비탄력적이고 시대착오적 행정규제로 국내투자를 옥조이고 이를 외국으로 내몰아 고용창출은 물론 국내 유효수요 창출의 기회를 막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현 참여정부의 다음 정권에서 그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리라는 황당한 합리화 주장을 하면서 기왕에 잘못된 정책의 과오를 다음 정권에 떠넘기는데 있다. 

  특히 비전 2030은 이 정부의 실패한 분배ㆍ복지정책을 근간으로 한 모든 정책을 후대에까지 떠넘기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다. 실정의 부작용을 모두 다음 정권에 떠넘겨 이 틀 안에서 꼼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잠금장치가 아니겠는가? 1,600 ~ 1,700조원이 소요되는 엄청난 계획을 아무런 여과장치나 국민적 합의없이 추진하는 비이성적 행동이 아니겠는가? 

  이 모든 정책의 저류에는 구두선처럼 외우는 양극화 해소는커녕 의도적이건 무의식적이건 반대의 역작용 발생이라는 함정이 있음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금의 정책기조를 못 바꾸게 못질하여 실정을 호도함은 물론 나아가서는 앞으로의 영향력까지 행사하려는 Paranoia(편집광)적 아집이 아닌지 매우 의심된다. 

  모름지기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특정이념에서 벗어남은 물론 코드인사의 덫에서 탈피하여 대세를 그르치지 않으면서 국민의 진실된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소신과 양심에 따라 제대로 소화하면서 대승적으로 국민을 골고루 아우를 수 있는 균형감을 보유한 인사여 하지 않을까 답답한 심정을 토로해 본다.     

-학교법인 혜원학원 이사장

-(월간 경제풍월),  2007년 8월호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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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홍 회원님

몇 번이나 댓글을 올리려 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붓을 들었습니다. 일연의 글을 읽으면서 마침내 "지도자 부재론"에 이르시는 사념의 귀결이 공감을 넘어 아픈 괴로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홍 회원님과는 달리 저는 '사람 키우는 일'로 일생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귀결은 세상이 지도자 부재를 탄식하게 되는데 일조한 셈이고 보니 뿌끄럽고 한스럽기가 그지 없습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되었나 하는 되살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다음과 같은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우리 나라에서 일컫는 서양사학자께 회원님께서 서두에 말씀하신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셨느냐고 여쭈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 분 대답이 이러했습니다. "읽어봤지! 그런데 온통 거짓말이드군...........그런데 감동은 받았어!"

홍회원님. 생각해보면 강단에서 선생이라는 사람들이 한 일은 지난 수십년 동안 '학문'이라는 이름의 '사실확인하기'가 전부였던 것 같습니다. 상상력을 통한 현실의 재구성을 통해 삶을 감동하는 법을 가르치지 못한 것이지요. 그래서 남은 것은 알량한 논리와 그것을 구사하는 천박한 언어유희와 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기계적인 사고뿐인 것 같습니다. 상상력을 통한 창조적 사고가 메말라 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사고의 빈곤에서 윤리적 감성의 고갈에 이르기까지 철자한 황폐함이 우리 삶을 모두 재단하고 관리하고 이끌고 가게 된 것라고 생각됩니다. 선생들이 선생 노릇을 제대로 했으면 이렇지 않았을 것을,,,,,,,하는 뼈아픈 후회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후회가 최종적인 몸짓일 수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회원님처럼 그렇게 글을 쓰고, 후회를 증언하고, 그래서 마지막 정직한 발언을 게으르지 않게 해야 이 나이에 이 자리에서 그나마 최선의 삶, 최선의 책무를 조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회원님께서 그 간절한 글들을 실어주시던 무더위도 거짓말 처럼 사라졌습니다. 결실의 계절이 다가오는데 제 무게가 제대로 나갈지 두려워집니다. 언젠가는 변명할 수 없는 저울위에 설때가 올터인데 두렵고 황망스럽습니다.

회원님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질책에 고개 숙입니다.
더 아픈 매를 들어주십시요. 그래야 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 회원님.   07-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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