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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파도 앞의 학문
서지문   |  2007-07-11 17:27:09  |  조회 2865 인쇄하기

  김승연회장의 아들 상해에 대한 보복폭행 뉴스를 듣고 맨 먼저 떠오른 생각은 “김회장은 평소에 아들에게 정다운 아버지였을까?”하는 것이었다.  어느 신문에선가 김회장의 남다른 가족애에 관한 기사를 읽기는 했지만 그래도 김회장이, 없는 시간을 쪼개서 아들의 숙제도 들여다보고 아들의 친구들도 만나보고 아들과 인생살이의 여러 모에 대해서 깊은 대화도 나눴으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애정이 깊은 아버지라면 자식 앞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폭행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회장의 남다른 ‘부성애’ 때문에 그 아들은 평생 김승연회장 보복폭행사건의 주인공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게 되었다.  그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그 아들은 아버지가 보여 준 ‘남자다운’ 처신의 기준 때문에 평생 여러 가지 곤혹과 곤경을 겪게 되었을 것이다.  

  일전에 어느 군부대이전 예정도시에서 일어 난 산 돼지 능지처참 사건도 소름끼치고 떨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죄 없는 한 생물을 잔혹하게 죽이는 것이 시민의 의사표시의 방법인가?  이런 일이 ‘민의표현’ 차원에서 자행되고 쇠파이프가 자식사랑의 도구가 되는 사회에서도 순리가 머물 곳이 있을까? 

  우리의 어린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폭력의 현장이 된 것은 어른들 모두를 부끄럽고 죄스럽게 한다.  어느 중학생이, 가입해 있던 학내폭력서클에서 탈퇴를 하려다가 조직원들에게 맞아서 뼈가 부러지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을 “탈퇴식을 거하게 했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몸서리가 처졌다.  ‘거하다’는 것은 잔치의 규모가 성대하고 음식이 풍성한 것을 묘사하는 단어인데, 자기가 당한 집단폭행을 ‘거하다’고 하다니.  

  이번에 국정홍보처가 기자실을 없애기로 하고, 대통령이 그에 대해 불만이 제기된다면 브리핑 룸도 폐쇄하겠다고 한 것도 공권력이 언론자유에 가한 폭력이다.  

  정말 무서운 것은 이제 아무도 우리사회가 교육으로 순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교육은 다만 직장을 얻고 출세를 하기 위한 수단일 뿐 교육받은 사람은 교양인으로서 자기 사회에서 양식과 이성의 지배를 확대해야 할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사람들을 언행을 보고는 말할 것도 없고 얼굴만 보아도, 자세와 걸음걸이만 보아도, 공부를 얼마나 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사람의 행동거지를 보고 그의 교양을 가늠할 수 없게 되었고 교육받은 정도와 교양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게 되었다.  양식과 양심, 순리와 염치와 무관한 교육을 교육이라 할 수 있는 것인지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깊이 고민해 보아야하겠다.


- 고려대 교수, <<교수정론>> 논설위원
- <<교수정론>>, 2007.06.04

      
굿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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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오늘 아침 뉴스에서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과 상관없이 "소신껏" 발언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법도 소신껏 지키고 안지키고 하는 모양입니다. 그 '소신'이 무언지, 율사라는 분이 이해하는 '법'은 과연 무언지..........정말 순리는 어디 가서 찾아야 할는지요. 교육은 어쩌다 이렇게 이런 사람들, 이런 문화를 만들기만 했는지요. 교육의 현장에서 일생을 산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가 없습니다. ..........참 괴롭습니다.   0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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