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회원칼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 “길고도 지루한 전쟁”
진덕규   |  2006-08-16 06:33:46  |  조회 2428 인쇄하기
1999년 5월로 기억된다. 그 때 미국의 어느 TV에서는 연일 이스라엘 건국 50주년을 경축하고 있었다. 마치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것처럼 요란스러웠다. 그 모습을 본 후 이스라엘과 미국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기존의 고정 관념을 더욱 굳힐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곧 미국이라는 식의 인식은 그 TV의 기념 행사에 등장했던 미국의 이름난 정치가와 지식인, 연예인들을 보면서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 날은 그 실체를 본 것 같았다. 적대적인 아랍 국가들에 의해 4면이 차단당해 절해 고도와도 같은 이스라엘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면서 이웃 나라를 마구 폭격하는 그 오만함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알게 되었다. 이스라엘의 뒤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스라엘은 결국 중동에 있는 또 다른 서방 세계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스라엘의 일관된 목표
이스라엘은 1948년에 건국했다. 그 때부터 이스라엘은 주변 아랍 국가와의 전쟁으로 지새우고 있다. 때로는 휴전 협정을 맺기도 하고, 평화를 선언하기도 했지만 그건 잠깐 뿐이고, 곧 이어 포격이나 테러에 돌입하고 만다. 때로는 그 연장선상에서 전면적인 군사 충돌이 일어날 때도 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가자(Gaza) 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전투 중이고, 레바논에서도 무차별한 폭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기본 목표는 이웃 아랍 국가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하게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서방 세계로부터 강력한 지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그 때문에 건국 초기에는 소련과 동유럽 국가로부터 군사력의 도움을 받았으며, 곧이어 프랑스의 강력한 지지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프랑스는 그들의 지배를 받고 있던 알제리에서 발생한 독립전쟁을 막기 위해서도 이스라엘과 군사 협력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미국으로부터 강력하게 지지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군사력은 이미 1967년의 [6일 전쟁]에서 과시된 바 있다.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무력으로 주변의 아랍 국가를 일거에 제압함으로써 그들의 군사적 우월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이 일로 이스라엘은 이집트의 나셀(Nasser)이나 팔레스타인의 아라파트(Arafat)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극적으로 임하게 되었다. 오직 군사력만이 자신들의 존재와 목표를 관철시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이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스라엘에 맞선 아랍의 가장 강한 대항 세력으로는 헤즈볼라(Hezbollah)를 손꼽을 수 있다. 헤즈볼라는 “신을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며, 레바논을 근거지로 하는 이슬람 시아(Shia) 파의 정치, 군사, 사회적인 조직체로 “레바논 남부의 이스라엘 점령군에 대한 투쟁”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했을 때 여기에 맞서 레바논을 이슬람 공화국으로 변혁시켜 보려는 의도에서 그 해 5월 16일에 창립되었는데, 아랍권의 자살 테러 사건이라든가 미 해병대에 대한 살인 사건, 미국 대사관 점령 사건 등도 이들에 의해 저질러진 사건들이다. 이들은 아야툴라 호메이니(Ayatollah Khomeini)의 추종자이기 때문에 “이슬람 공화국” 건설, 즉 레바논에 신정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헤즈볼라 산하에는 정당까지 조직되어 있으며, 레바논 행정부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들은 강력한 군사 조직체를 중심으로 이스라엘 군을 포격하기도 하고, 자살 테러를 감행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병원, 학교, 고아원, 영화 제작소 등을 운영하면서 레바논 사회를 사실상 이끌어 가고 있다.

"길고도 지루한 전쟁"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갈등이 이슬람권의 반미 테러의 한 요인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미국은 헤즈볼라를 국제적인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그들에 대한 분쇄를 다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포격에 대해서도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연일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레바논에서는 민간인은 물론이고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학교 건물에 매몰되는 등 비극이 연출되고 있으며, 외부 세계로 빠져나갈 수 있는 레바논의 모든 통로도 완전히 파괴되었다. 물론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미 국무장관 곤돌리자 라이스도 이곳을 찾는 등 겉으로는 분주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지만 신통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즉각적인 휴전” 결의를 위해 초안 작성에 합의했지만 정작 당사자인 레바논은 이스라엘 군의 철수가 최우선이라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지금 레바논에서 빚어지는 상황은 미국의 중동 전략의 한계, 이스라엘의 집요한 자국 중심주의, 게다가 헤즈볼라의 결사적인 무장 투쟁 등으로 인해 풀 수 없는 갈등만 더해 가고 있다. 아무래도 “길고 지루한 전쟁”으로 달려가는 것만 같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srips.org에서
      
굿소사이어티
덧글쓰기 | 전체글 0개가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0/1200 bytes  
 
422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 “길고도 지루한 전쟁”  진덕규 06-08-16 2428
421 중동에 총성이 멎으려면  1  김영희 06-09-14 2312
420 [월요인터뷰] 고홍주 미국 예일대 법과대학원 학장  김영희 06-08-18 2591
419 [도하 라운드] 붕괴와 그 이후는  진덕규 06-08-16 2444
418 韓美FTA, 어떻게 봐야하나  김병주 06-09-14 2429
417 무엇이 '국민 위한 사법' 인가  김인섭 06-07-28 2473
416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신봉승 06-08-16 2510
415 타 목의 죽음 그리고 캄보디아의 비극  진덕규 06-08-02 2311
414 대책 없이 고군분투하는 노 대통령  김영희 06-08-07 2240
413 박수길 前 유엔주재대사·문정인 연세대 교수 대담  박수길 06-07-19 2468
41424344454647484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