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회원칼럼
중국식 민주주의와 경제적 급성장의 파장은
진덕규   |  2005-11-28 02:19:17  |  조회 2115 인쇄하기
오늘의 중국을 보면 두 가지 질문이 제기된다. 하나는 언제 쯤 되면 중국에서도 민주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경제 성장은 세계 평화에 기여적일까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최근에 중국 공산당은 마치 첫번째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중국에서 정치적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라는 백서를 발간했는데, 그것은 16년 전의 천안문 사태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혼돈을 안겨 준다. 그 때 중국 당국자들은 민주주의를 주창하며 항거했던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총격을 가했다. “자유민주주의는 부패한 자본가들의 책략”이라면서. 그 중국이 지금 중국식 공산당 지배체제를 민주주의라고 강변하는 백서를 발간했다!
또 다른 질문인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그것은 세계 평화에 청신호가 될 것이며, 미국-중국-EU의 3각 체제가 세력 균형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 헤게모니도 종식될 것이라는 성급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와 반대되는 논리를 성립시키게 될런지도 모른다. 중국의 급성장이 이전의 냉전체제를 다시 불러오면서 신 냉전체제로 나아가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는 중국의 내일에 대한 예측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중국의 등장이 주변 국가들에게는 “거대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역사의 오랜 아픔은

중국은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문명이 이집트, 인도, 바빌론보다 앞섰다고 자랑하며, 중국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용감하며 지혜로운 민족이라고 자부한다. 1840년대 유럽에 의해 침탈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110여 년간 이어진 지배 세력의 부패로 “반식민지(semi-colonial), 반봉건사회(semi-feudal society)”로 전락했다. 밖으로는 제국주의에 의한 약탈로, 안으로는 봉건 세력에 의한 억압으로 시달려야 했다.
그 뒤 각성된 지식인과 농민들에 의해 시작된 “건설을 위한 파괴로서의 혁명”이 온 땅을 휩쓸었다. 1911년에는 손문(Sun Yat-sen)의 민국혁명이 4000여 년 동안 지속되어온 전제 왕권체제를 붕괴시켰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등장한 부르주아 공화정은 서구식 다당제와 의회제를 구비했으면서도 민중의 열정을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사람들은 “사람의 피가 강을 이루었지만 얻은 것은 거짓 공화국” 뿐이라는 비감에 떨어지기도 했다. 그 때 중국 지식인들은 서구 정치제도를 모방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을 해방시킬 수도, 발전시킬 수도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맑스 레닌주의와 중국 민족주의를 결합시키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고, 1921년에는 중국공산당을 창당하였다.

중국식 독자 노선의 한계

그 때부터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반제국주의, 반봉건주의, 반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신민주주의(New Democracy)를 내걸고 28년간 고투한 끝에 마침내 민족 독립과 "민중 해방"을 이룩해 냈다. 1953년에는 총선거를 실시했으며, 1970년대 후반에는 중국식 “사회주의적 민주 정치”를 정립시켰다. 그 때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사회주의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는 주장을 내걸었다. 그들은 사회주의에 의해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 자신들의 의도임을 밝히면서 그것만이 가장 중국적 민주주의라는 논리도 함께 내세웠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중국의 민주주의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를 받는 민중 민주주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중국 인민을 위한 민주주의이며, 서구의 자유민주주의와는 달리 공산당의 일당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혁명적 민중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반대 없는 일당 전제 통치체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마치 중국 사회에서 가장 적실성 높은 민주주의 체제인 양 유달리 강조하면서 말이다.

위협받는 주변 국가들

지금 중국이 보여주고 있는 급속한 경제 성장은 20세기 초의 일본과 흡사한 모습이다. 주변 국가들과의 호혜적인 지역 연대보다는 이들 국가들을 각기 분리시키려는 의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시아 국가들이 EU와 같은 통합 체제로 발전하기보다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촉발제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아시아 중심 논리이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의 한계를 부각시키면서 부시의 대외 정책에 대한 비판 의식도 부추기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아시아 국가의 국민들로 하여금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적대감을, 중국에 대해서는 신뢰감을 갖게 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중심의 새로운 아시아 체제를 구축하려 하는데, 그렇게 되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곧 중국 헤게모니로 정립된다는 사실이다. 중국 공산당의 일당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강변하듯이 중국이 중국 중심의 헤게모니를 아시아의 평화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또 다른 “위기의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를 위험을 안게 된 셈이다.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 학술원회원>
      
굿소사이어티
덧글쓰기 | 전체글 0개가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0/1200 bytes  
 
272 역사적 안목  서지문 05-12-02 2138
271 중국식 민주주의와 경제적 급성장의 파장은  진덕규 05-11-28 2115
270 수용되는 거짓말과 용서못할 거짓말  홍세표 05-11-25 2202
269 헛된 몸부림  김병주 05-11-25 1995
268 일본은 아시아로 돌아오라  김영희 05-11-25 2057
267 盧 대통령의 “가치 있는 삶”은 무엇인가  이수근 05-11-23 2114
266 황 교수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송호근  신봉승 05-11-23 2149
265 9순 할머니의 가슴 저미는 일기장  신봉승 05-11-23 2213
264 가슴에 품어야 하는 책속의 말씀  신봉승 05-11-22 1945
263 독일 : 대연정의 출범과 메르켈 수상의 등장  진덕규 05-11-21 2041
51525354555657585960